더불어민주당에 몰아친 4·10 총선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심상치 않다. 특히 공천 때부터 자질 논란으로 비판을 받아온 양문석 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의 서울 강남 아파트 취득 과정에 대한 '불법 대출'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행정안전부와 금융감독원까지 나섰다. 상승세를 탄 민주당에 악재가 될 우려가 커지면서, 양 후보 공천을 고집한 이재명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의 자충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수세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양 후보 일가에 대한 고발 등 집중적인 공격에 나서면서 열흘 앞으로 다가온 선거의 최대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양 후보는 28일 2020년 11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소재 137㎡(약 41평) 아파트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매수금 31억2,000만 원 중 딸 명의의 대출 11억 원이 동원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에 양 후보는 "영끌 광풍이 불던 때라 대출에 편법 소지가 있었음을 인정한다"면서 "대출을 알아보다가 부동산을 통해 새마을금고와 연결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편법이 아니라 불법이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 및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양 후보 딸은 2021년 4월 대구 수성새마을금고에서 사업자 대출방식으로 11억 원을 빌렸다. 같은 날 양 후보 배우자가 5개월 전 대부업체에서 빌린 채권최고액 7억5,400만 원의 근저당권이 말소됐다. 당시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따라 15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담보로 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대부업체 고리 대출을 동원한 뒤, 이후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은행권 사업자대출로 갈아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이날 양 후보 의혹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고 "4월 1일부터 현장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검사 결과 위법 부당한 사항이 발견될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대출금 회수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대학생이던 양 후보 딸이 사업자 대출을 받은 과정도 의심쩍은 부분이다. 올해 2월 대학을 졸업한 양 후보 딸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세금 납부 기록이 없다. 대출 6개월 후인 2021년 10월 개인 블로그에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가는 것으로 기록해 놓았다. 그러면서 "속물이고 캥거루족인 나는 엄마 아빠 잘 만난 복도 누리고 싶었다"고 적었다.
국민의힘도 양 후보 일가를 향해 제기된 의혹을 정조준했다. 신지호 국민의힘 '이조심판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 후보 딸의 대출에 대해 "명백한 허위로 진짜 용도를 감춘 채 각종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대출을 신청했다"며 "대출금 11억 원을 편취한 사기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냐. 더구나 양 후보의 딸은 대출을 받은 다음에 유학을 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기죄 성립이 분명해 보인다"며 "다음 주 초에 수사기관에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경기 안산에서 "시민들은 대출을 받지 못하게 꽉꽉 막아놓고 자기들은 뒷구멍으로 그러고 있었다"고 양 후보를 겨냥했다.
양 후보는 이날 오후 안산 상록수역 앞 차량 유세에서 "정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편법 대출이었다"고 사과하면서도 "언론이 양평 고속도로에 대해, 김건희 명품백에 대해 이렇게 취재하고 비판했으면 지금 대한민국이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떨어졌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짜뉴스, 악의적 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반드시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관철시키겠다"고 선거 완주 의지를 재확인했다.
민주당은 일단 당 차원의 대응을 하지 않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본인이 필요하면 대응을 해야 한다"며 "중앙당 차원에서 일일이 대응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양 후보 외에도 일부 후보들에 대한 유사 갭투기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으면서 부동산 문제로 민심의 역린을 건드려 패했던 2년 전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흘러나온다. 실제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에서 양 후보 문제를 두고 "편법적인 대출을 통해 대학생 자녀가 상당히 많은 금액의 대출을 낸 것은 다소 국민들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당내에서 다시 논의할 수 있다면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