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도에서 1시간 이상 끓여도 죽지 않는 ‘식중독균 주의보’

입력
2024.03.31 08:40
20면
[건강이 최고] 퍼프린젠스 식중독 4~6월에 집중, 6~8월엔 포도상구균·살모넬라균 등 기승

제육볶음·불고기·닭볶음탕 등 육류 조리 식품에 의한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퍼프린젠스) 식중독’이 최근 증가하고 있다. 퍼프린젠스 균은 100도에서 1시간 이상 가열해도 포자(균의 씨앗)가 죽지 않기 때문이다. 묽은 설사나 복통 등을 일으키는 퍼프린젠스 식중독은 4~6월에 집중 발생한다.

퍼프린젠스 독소는 열에 약해 75도 이상에서는 파괴되지만 일부는 열에 강한 아포(보호막이 있는 캡슐)를 만들어 살아남는다. 이 때문에 온도가 60도 이하로 내려가면 산소가 없어도 다시 증식한다.

집단 급식소 등에서는 고기찜 등을 대량 조리하고 상온에 보관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가열한 뒤 조리용 솥 내부에 살아남은 퍼프린젠스 아포가 다시 증식해 퍼프린젠스 식중독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반경녀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중독예방과장은 “퍼프린젠스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고기류는 중심 온도가 75도 이상 되도록 가열한 뒤 2시간 이내 섭취해야 한다”며 “즉시 섭취하지 않는다면 60도 이상으로 온장 보관하거나 신속히 5도 이하로 냉장 보관하고 다시 먹으려면 75도 이상 재가열하는 게 좋다”고 했다.

기온이 더 올라가면 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캄필로박터 대장균 등에 의한 식중독(세균성 장염)이 극성을 부리게 된다. 세균에 오염된 음식을 먹어 구토 발열 복통 설사 등을 일으키는 세균성 장염에 의한 식중독은 여름철(6~8월) 석 달 동안 전체 식중독 환자의 3분이 1가량이 발생할 정도다.

여름철 식중독 환자에서 확인되는 원인 균은 병원성 대장균·캄필로박터제주니·살모넬라·퍼프린젠스·노로 바이러스·장염 비브리오 순이었다.

음식이 위생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조리하거나 더운 날씨로 인해 변질되면 세균이 몸속에 들어와 장염을 일으킨다. 음식 섭취 후 72시간 내에 구토 설사 복통 발열 등이 나타난다. 특히 포도상구균에 감염되면 6시간 이내에 증상이 생긴다.

가벼운 장염은 약을 먹지 않아도 일주일 이내에 저절로 낫는다. 따라서 증상이 약하면 구토나 설사로 손실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면 금방 회복할 수 있다. 다만 복통이 지속되고, 열이 나거나 혈변이 생기는 등 심하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대장과 연관된 질환인 염증성 장 질환이나 대장암과 증상이 비슷한 만큼 증상이 계속되면 정밀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정성애 이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세균성 장염의 감염 경로는 주로 깨끗하지 않은 물과 식품인 만큼 음식을 조리하기 전에 손을 깨끗이 씻고, 손에 상처가 났다면 요리하지 말고, 냉장고에 보관한 음식도 신선도를 체크해야 한다”고 했다.

비브리오패혈증 같은 치명적인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만성 간 질환이나 당뇨병 환자, 평소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익히지 않은 해산물 섭취를 삼가야 한다. 화장실에 다녀온 뒤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