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4번의 민생토론회에서 쏟아낸 정책 중에선 기존에 발표한 사업도 적지 않다. 총선용 환심 사기에 집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탕 정책’이 집중된 분야는 단기에 이목을 끌 수 있는 개발 공약이다. 앞서 지난달 16일 윤 대통령은 대전을 찾아 제2연구단지를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전 유성구 교촌지구 일대 530만 ㎡ 부지를 나노·반도체 중심의 제2연구단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대전 도심을 관통하는 경부선‧호남선 지하화도 공언했다. 두 계획 모두 2년 전,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내용이다.
그보다 앞선 같은 달 13일 부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선 “물류‧금융‧첨단 산업이 어우러진 종합적인 글로벌 허브도시로 만드는 게 목표”라며 가덕도신공항에 들어설 여객터미널에 대한 국제 설계 공모를 추진하고, 상반기 중 부지 조성 공사를 발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일정은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기본계획안에 모두 있는 내용이다. 함께 강조한 북항 재개발 사업 역시 대선 후보 시절부터 윤 대통령이 여러 번 밝혔던 주제다. 대선 공약이던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추진 의지를 재차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2047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구상(1월 15일 발표)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22조 원을 투자하고 정부는 세제 혜택과 전력·용수 같은 인프라 구축 등을 총력 지원하겠다는 내용은 정부가 지난해 3월 발표한 국가첨단산업육성전략과 대동소이하다. 반도체 산업이 빠른 속도로 변하는 상황에서 수십 년 뒤 기업이 투자할 규모마저 정부가 확정적으로 발표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지역을 순회하며 이미 추진 중인 여러 개발 계획을 재차 밝히는 건 포퓰리즘으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