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앞으로 5년 동안 국내에 약 10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이 비용은 인공지능(AI), 바이오(Bio), 클린테크(Clean Tech) 등 이른바 구광모표 'A·B·C' 미래 사업을 집중적으로 키우는 데 실탄으로 쓰인다.
㈜LG는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 내용의 중장기 투자 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이날 공개된 액수는 LG 글로벌 투자 규모의 약 3분의 2(65%)에 해당한다. ㈜LG 관계자는 "상당한 비중을 국내에 투자하는 건 한국을 LG그룹의 최첨단 고부가 제품 생산 기지 및 첨단 기술의 연구개발(R&D) 메카로 키운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LG그룹은 특히 A·B·C 미래 기술과 배터리, 자동차 부품,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성장 분야에 투자액의 절반인 50조 원을 할당했다. 구 회장은 지난해 8월 미국 보스턴과 캐나다 토론토 등에서 이들 분야의 사업 전략을 챙기며 "지금은 작은 씨앗이지만 꺾임 없이 노력하고 도전해 나간다면 LG를 대표하는 거목으로 자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머지 절반은 생활가전,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분야 등 현재의 주력 산업 분야에 투입한다. 전체 투자액 중 55%를 R&D에 써서 국내를 핵심 소재 연구 개발과 스마트 팩토리 등 제조 핵심 기지로 키울 계획이다.
이날 발표는 주주 질문에 LG경영진이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경영진은 "사전 질의에서 중장기 투자 계획을 묻는 주주가 많았다"며 마이크를 홍범식 경영전략본부장(사장)에게 넘겼고 홍 사장은 LG그룹이 2022년 5월 내놓았던 중장기 투자 계획에서 최근 상황을 반영해 설명했다. 당시 LG그룹은 2026년까지 5년 동안 국내 산업에 106조 원을 투자하고 이 중 43조 원을 미래 성장 분야에 쓴다고 밝혔다. LG가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기 이틀 전인 2022년 5월 24일 삼성, 현대차, 롯데, 한화 등 4개 그룹사가 588조 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구 회장은 이날 권봉석 ㈜LG 부회장이 대독한 주총 인사말을 통해 "2023년은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정치‧경제의 불확실성 등으로 사업적 어려움이 이어졌다"며 "LG는 미래 준비의 기틀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올해는 AI의 보편화·일상화, 탈탄소 전환 등 산업의 변곡점들이 뚜렷해지면서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그 안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미래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주총에서 구 회장은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다른 안건도 모두 원안대로 의결되면서 ㈜LG는 보통주 1주당 3,100원, 우선주 1주당 3,150원을 현금 배당하기로 했다. 지난해 실적 악화로 순이익이 2022년 1조9,796억 원에서 지난해 1조2,612억 원으로 줄었는데도 배당금은 보통주와 우선주 모두 1주당 100원씩 올라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금 비중)은 2022년 23.97%에서 2023년 38.35%로 뛰었다. ㈜LG 지분 15.95%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 구광모 회장은 약 778억 원(세전)을 배당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