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졸지에 파렴치한 해외도피자”… 공수처 소환 거듭 촉구

입력
2024.03.27 16:35
'소환 촉구' 의견서 세 번째 제출

해병대 병사 사망 관련 '수사외압 의혹' 으로 입건된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조속한 소환 조사를 거듭 촉구했다.

이 대사의 법률대리인 김재훈 변호사는 27일 이 대사 혐의를 반박하고 조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11쪽 분량 의견서를 공수처에 제출했다. 19일과 21일에 이은 세 번째 '소환 촉구' 의견서다.

김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나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으로서 법령이 부여한 직무상 권한에 따라 정당하게 업무를 처리했다"며 "그 어떠한 위법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방부 장관 시절 '해병대 1사단장을 (채모 상병 사건 과실치사 혐의자 명단에서) 빼라'고 외압을 행사한 것처럼 보도됐는데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대사의 직권남용 혐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수사 권한이 없는 해병대 수사단 조사는) 수사가 아니어서 '수사 외압'이란 논리가 성립될 수 없고 고발 자체가 정치 공세"라며 "해병대 수사단이 조사한 내용이 빠짐 없이 경찰에 전달됐는데 도대체 무엇이 없어지고 은폐됐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출국금지 및 도피 논란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이 대사는 지난해 11월 가족과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해, 고발 이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 뒤늦게 출국금지까지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어 "본인도 몰랐던 출국금지 사실을 특정 언론이 보도했고, 정치적 프레임이 씌워져 졸지에 '파렴치한'이나 '해외도피자'로 지탄받는 신세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공수처에 가급적 신속하게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며 "필요하면 (예정 체류 기간 보다) 더 있을 수 있으니 부르면 조사받겠다"는 이 대사 입장을 전했다. 이 대사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다음달 10일) 이후에도 국내에 체류할 것인지 묻는 질문엔 "저희도 답답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대사는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채 상병 사건 관련 기록을 회수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지난해 9월 고발됐다. 공수처는 이 대사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지난해 12월 출국금지 조치했다. 하지만 이 대사가 주호주대사로 임명되자, 법무부는 이달 8일 당사자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이 대사는 이달 10일 호주로 출국했으나 '수사 도피' 의혹이 커지자 21일 귀국했다.

공수처는 아직 디지털 증거자료 분석 작업이 진행 중인 데다 참고인 등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당분간 이 대사를 소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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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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