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신임 회장에 초강성 후보가 65%가 넘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그는 “전공의, 의대생, 의대교수 중 한 명이라도 다치면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이 와중에 정부는 2,000명 증원 방침에 재차 못을 박았다. 양쪽 모두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산인가.
그제 의협 신임 회장에 당선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의협 내에서도 강성 중 강성이다. 의대 정원에 대해 외려 "500~1,000명을 줄여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을 펴왔고, 지난 19일엔 보건복지부 장∙차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지난달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 자리에서 경호처 직원들에게 ‘입틀막(입을 틀어 막힘)’을 당한 채 끌려나간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는 “필요하다면 정부와의 대화 창구를 만들겠다”면서도 복지부 장∙차관 파면, 대통령 사과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정부 역시 대화를 말하면서도 2,000명 증원에는 연일 쐐기를 박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어제 “27년 만의 의대 정원 확대는 의료 정상화의 필요조건”이라고 했고,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모든 과제가 논의 가능하다는 입장은 변화가 없지만 2,000명 증원 결정에 대해서는 확고하다”는 모순적인 주장을 폈다. 증원 규모에 여지를 두고 대화하자는 여당과도 엇박자다.
이래서는 꽉 막힌 의정 협상을 뚫을 수 없다. 지금의 의협이 의료계의 입장을 모두 대변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의협은 물론 의대교수, 전문의, 전공의, 그리고 의대생까지 포함된 대화협의체가 필요하다. 여기엔 정부와 여당, 야당, 그리고 필요하면 국민대표까지 참여해야 한다. 대화를 하자면서 ‘2,000명은 확고하다’ ‘2,000명부터 포기해라’ 식의 전제는 곤란하다. 정말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둔다는 자세여야 협상 테이블에라도 마주 앉을 수 있을 것이다. 2,000명이든 아니든 거기서 논의하면 된다. 환자들은 지금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