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날' 앞두고 한미약품 창업주 장녀 부회장 승진

입력
2024.03.27 14:59
임주현 사장, 그룹 총괄 부회장에 발령
승계 지목 후 표대결 하루 앞두고 인사
OCI홀딩스 대표가 한미약품 이사 진입
양사 경영진 오가며 통합 준비에 속도
장·차남, 그룹재단 의결권금지가처분 제기

한미약품그룹이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을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고 27일 밝혔다. 장·차남과의 경영권 분쟁 분수령이 될 정기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승계를 분명히 해 막판까지 표심을 집결시키려는 목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임 부회장은 2004년 한미약품에 입사해 인적자원개발 부서를 거쳐 2000년대 말부터 창업주를 도와 신약개발과 신약 라이선스 계약 부문, 경영관리본부 등을 책임져왔다. 지난 26일 모친인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이 창업주의 승계자로 임 부회장을 공식 지명한 바 있다. 25일에는 그룹 내 5개 계열사 대표, 한미약품 본부장 4명 등 '한미그룹 책임 리더'들도 임 부회장을 그룹의 차세대 리더로 추대했다.

또 한미약품은 이날 박재현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박 사장은 1993년 한미약품 제제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한 후 다수의 개량신약 개발에 참여했으며, 2019년부터는 한미그룹 생산관리 부문 총책임(공장장)도 맡았다.

한미약품 측은 이번 인사를 통해 OCI그룹과의 통합 이후 글로벌 한미 비전 달성을 위한 리더십 토대가 탄탄히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날 주주총회를 통해선 서진석 OCI홀딩스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앞서 22일 한미사이언스 계열사인 온라인팜의 우기석 대표가 OCI 계열사인 부광약품의 각자대표에 오르며 양사의 경영진이 오가고 있다. 오는 28일 열릴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는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이 사내이사 후보로 올라와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임 부회장은 창업주와 송 회장의 뒤를 이어 한미그룹의 DNA(유전자)를 지키고 신약개발 명가의 위상을 더욱 높일 차세대 한미그룹 리더"라며 "한미그룹 임직원들도 한마음으로 단합해 통합 이후 펼쳐질 새로운 그룹 비전을 임 부회장과 함께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마지막 '캐스팅 보트'가 될 소액주주의 표심을 잡기 위한 장외 논박도 이어졌다. 이날 장·차남 측은 지난 26일 한미사이언스 공익 법인인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의 한미사이언스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재단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상당 수는 창업주의 유지에 따라 공익을 위해 사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상속인들이 상속재산에서 공동으로 출연한 것"이라면서 "이번 정기주총은 물론 올해 개최될 한미사이언스의 모든 주총에서 두 재단의 의결권 행사는 금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미약품 측은 재단 이사회에 대한 모욕이라고 발끈하며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안건을 처리했다. 주총을 앞두고 개인주주들의 판단을 흐리는 활동을 중단하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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