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이 집단사직 개시와 함께 '주 52시간 근무'를 선언한 지 27일로 사흘째를 맞았지만 의료 현장은 별다른 여파가 없다는 분위기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초래된 의료공백을 메우고 있는 교수들이 '진료시간 축소' 공언에도 이전과 비슷한 업무 강도로 병원을 지키고 있어서다. 의료계는 "교수들이 전공의 없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전공의 복귀를 위한 해법 마련을 촉구했다.
2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총 7,000명 이상의 의사들이 근무하는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은 이날까지 소속 교수들이 진료시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수술이나 외래진료 모두 전공의 이탈 때 감소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고, 서울삼성병원도 "진료를 축소하자는 현장 요청은 없었다"고 밝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통계상으로도 전날 기준 빅5 병원의 입원 환자는 4,755명으로 지난주(4,761명)와 큰 차이가 없다.
다른 전공의 이탈 의료기관에서도 교수를 비롯한 전문의들은 여전히 주 52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는 분위기다. 서울 종합병원의 외과 교수 A씨는 "예전처럼 수술·외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며 "주 52시간 근무를 한다고 해도 당직이나 응급수술 등 꼭 필요한 부분은 공백이 생기지 않게끔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호사 등 다른 의료인력의 고충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보건의료노조도 "의대 교수 52시간 진료와 관련해 접수된 애로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의대 교수들은 25일 '의대 2,000명 증원 전면 철회'를 요구하면서 사직서를 제출하고 주 52시간 진료를 선언했다. 전국 40개 의대 중 39개 대학이 참여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의료진은 과중한 업무로 소진 상태에 이르렀다"며 "피로가 누적돼 내린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교수들이 진료 축소에 돌입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예측이 적지 않다. 의사 사회 전반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있는 데다, 교수들마저 현장을 이탈하면 중증·응급환자 피해가 현실화해 그야말로 '의료대란'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 빅5 병원의 한 직원은 "교수들이 사직 선언을 했지만 정말 52시간 근무를 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 선언은) 상징적 의미로 해석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다만 의료계는 교수들의 피로도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어 시급히 전공의 복귀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의료 공백의 핵심 요인은 전공의 이탈"이라며 "전공의 없이 병원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느냐가 근본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A 교수도 "사태 해결 칼자루는 전공의가 쥐고 있다"며 "전공의 없이는 교수들이 계속 버틸 수 없고 병원 경영도 악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