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공 선발제를 도입한 주요 4년제 대학의 70%는 학생들이 전공을 정할 때 상위 3개 학과를 선택하는 비율이 5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전공제는 전공 구분 없이 입학해 주로 2학년 때 전공을 택하는 제도다. 정부는 학생의 전공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올해 치러지는 2025학년도 대입부터 무전공 선발 확대 대학에 지원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같은 '전공 쏠림' 해소책이 병행돼야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비영리 대학정책 연구기관인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에 따르면, 연구소가 학부 재학생 1만5,000명 이상 국공립·사립대 34개교에 무전공제 운영 현황에 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정보를 제공한 33개교 중 18개교(54.5%)가 무전공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전공제는 일부 학과만 빼고 제한 없이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자율)전공제'와 계열이나 단과대학 단위로 모집해 그 안에서 전공을 선택하는 '계열모집'을 포함한다.
무전공제 운영 대학 가운데 입학생의 전공 선택 현황을 함께 공개한 15개교를 분석했더니, 11개교(73.3%)에서 선택자 수가 많은 상위 3개 학과를 전공으로 정한 학생의 비율이 전체 학생의 50%를 상회했다. 지난해 입학해 올해 2학년이 된 학생들의 전공 선택이 기준이다. 비율별로는 80% 이상이 4개교, 70% 이상~80% 미만 4개교, 60% 이상~70% 미만 1개교, 60% 미만 2개교였다.
학교별로 보면 경북대 자율전공학부에서 ①경영학부 ②전자공학부 ③행정학부에 81%(145명)가 집중됐다. 충북대 자율전공학부는 학생 81.4%가 ①소프트웨어학부 ②반도체공학전공 ③경영학부·심리학과를 선택했다. 고려대 자유전공학부 역시 경영학과와 컴퓨터학과 각 33%, 경제학과 8.3%로 상위 3개 학과가 75%가량을 차지했다.
'자유로운 전공 탐색' 취지가 무색하게 무전공 학생의 절반 이상이 같은 전공을 택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서울대 공과대학 광역모집은 전공선택 인원(43명)의 72.1%(31명)가 컴퓨터공학부에 몰렸다. 다른 2개 인기학과(전기·정보, 화학생물)까지 합치면 그 비율이 97.7%에 달한다. 인하대 자유전공학부는 학생 55명 중 28명(50.9%)이 전자공학과를 선택했다. 계명대는 인문사회 계열모집 학생의 56.5%가 경찰행정학을, 공학 계열모집의 58.3%가 컴퓨터공학을 택했다. 반면 강원대 대구대 한국외대는 상위 3개 전공 선택 비율이 30, 40%대로 쏠림이 덜했다. 특히 전남대 창의융합학부는 수산생명의학과 등 18개 학과에 1~3명씩 고루 분산됐다.
학과 쏠림이 다반사라 다수 대학은 전공별 배정 인원을 정해두고 지망생 수가 이보다 많으면 성적순으로 제한하고 있다. 강원대 경북대 대구대 영남대 전남대 충북대 등 6곳은 해당 학과 입학정원의 10~50%로, 고려대는 자유전공학부 입학정원의 30% 범위에서 배정 인원을 제한한다. 전공 선택을 100% 보장하는 대학은 경희대 부경대 등 6곳에 그친다.
무전공제로 입학했다가 중도 이탈하는 학생 비율은 평균보다 최대 4배 이상 높았다.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지 못하거나 의대 진학 등으로 진로를 변경하는 경우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경북대 자율전공부(자연과학)는 2022년 중도탈락률이 18.7%로, 대학 전체 평균(4.1%)의 4.5배가 넘었다. 성균관대 계열모집 중도이탈률도 자연과학 14.2%, 공학 12.4%로 대학 평균(3.2%)의 4배에 달했다.
교육부는 올해 입시에서 대학이 모집인원의 20~25%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하면 대학혁신지원사업비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통해 무전공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대교연은 "정부가 양적 목표를 제시하며 추진하는 무전공 확대 정책은 특정 학과 쏠림과 기초학문 학과 구조조정 심화로 이어질 것"이라 지적했다. 이어 "쏠림 학과의 교육 여건이 부실해지고 갈 길을 잃어 중도 탈락하는 학생이 늘어나는 상황이 심해질 수 있다"며 무전공 확대 정책 중단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