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50대 중년 남성입니다. 5년째 각방을 쓰는 아내는 요즘 부쩍 주말마다 동호회다 여행이다 하며 바쁘게 돌아다닙니다. 점점 정도가 지나치더니, 요즘엔 싱크대와 냉장고엔 배달 반찬과 즉석 쌀밥(햇반)이 쌓여 있어요. 화창한 봄날 만개한 꽃들 앞에서 셀카를 수십 장씩 찍기도 합니다.”
Q2 : “중3 남학생입니다. 코로나 이후 게임에 빠져 저녁도 컴퓨터 앞에서 해결합니다. ‘앞집 아들은 영재고에 들어간다더라’는 엄마 잔소리를 견디다 못해 결국 소리를 질렀죠. ‘그럼 엄마ㆍ아빠가 집에 좀 붙어 있던가’라고요.”
Q3: “50대 중년 여성입니다. 섹스리스 부부 3년 차에 접어든 남편이 최근 골프 약속도 잦아지고 외모에 부쩍 신경을 쓰더니, 심지어 샤워할 때도 핸드폰을 가지고 들어가더라구요. 이상하다 싶어 확인해 보니, 노후자금으로 모아두던 통장까지 깨 ‘꽃뱀’에게 바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A: 가정에도 다양한 구성원이 있는 만큼, 그들이 필자에게 호소하는 고민과 문제도 매우 다양하다. 생물학적으로도 중년 부부는 호르몬 변화로 인해 에너지 수준이 낮아지고 정서적으로도 예민해진다. 같은 시기 자녀들도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가족 간 ‘호르몬 충돌’이 발생하는 시기다. 그래서 인생의 척추 지점인 중년기에 가족 관계는 엄동설한에 노후한 수도관이 터지듯 한꺼번에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 칼 구스타브 융(1875~1961ㆍ스위스)은 중년의 위기에 대해 ‘자기 존재의 의미와 삶의 의미를 모르면서, 누군가의 남편, 아내, 엄마, 아빠, 부장 등 사회가 이름 지어준 존재로 살아왔음에 느끼는 회의’라고 정의했다.
먼저 중년 남성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사회생활에서 정점을 찍고 서서히 하강 국면을 준비하는 시기다. 회사에서는 점차 역할이 축소돼 상실감을, 가정에서는 소외감을 겪을 수 있다. 또 갱년기 호르몬 변화로 오는 성기능 약화도 남성의 자존감을 위협하기도 한다. 남편들의 위험한 이성 교제가 시작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중년 여성의 경우, 경제적 활동을 하는 상태라면 사회적 존재감을 토대로 갱년기를 상대적으로 무난하게 극복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동안 남편과 자녀만 바라보고 희생했다면, 지난 세월에 대한 공허함과 외로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점점 바깥에서 애정을 찾고 친구를 찾기도 한다. 중년의 엄마가 화창한 봄날 만개한 꽃들 앞에서 갑자기 셀프 샷을 많이 찍는다면, 가족 모두가 자기역할에 대해 돌아봐야 한다.
그렇다면 자녀는? 이 시기 자녀들은 사춘기에 접어들고 치열한 입시 경쟁에 내몰린다. 부모에게 저항하고 자기 뜻대로 행동하려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우울과 불안이 심해질 경우 삶의 동기까지 상실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
이에 중년 가정의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될 ‘가족 관계 리모델링’ 방법 5가지를 제안한다.
먼저, 내가 원하는 것을 스스로에게 허락하자. 지금까지 남을 위해 사느라 자신의 욕구를 뒤로 미뤘다면, 이제는 그 욕구를 존중하고 가족들에게도 알리자.
둘째, 가족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추고 ‘다행이다’라고 여겨지는 요소를 떠올려 본다. 남과의 비교 경쟁은 관계의 불만족감과 박탈감만 더할 뿐이다.
셋째, 상대방에 대한 의존에서 탈피하고, 독립성을 존중하자. 예컨대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경제적 의존성을, 남편은 아내로부터 정서적 의존성을 벗어나는 것이 좋다. 또 부모는 자녀의 의견과 판단을 존중하되, 지도가 필요하다면 ‘정면 대결’은 피해야 한다. ‘옆구리 콕콕 찌르는’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넷째, 부부 사이에 행복을 만드는 기술을 조금씩 키워 나가자.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정하고, 취미ㆍ문화ㆍ종교ㆍ재능기부 등의 활동을 공유하는 방법도 있다. 지금까지 자녀를 향했던 애정을 줄이고 부부가 침실을 같이 쓰며 성적 친밀도 쌓을 필요가 있다. 자녀는 이런 부모의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행복 생산 기술’을 배우게 된다.
마지막으로 남편-아내, 부모-자녀 사이에 과거의 상처ㆍ갈등을 치유하자. 부부ㆍ가족 관계에서도 갈등을 끝내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첫 단추는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에 대한 진정한 사과다. 또한 가족 구성원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야 한다.
자신의 행복을 미루고 가족을 지켜 온 중년 부부. 그들에게는 위로와 격려, 지지가 필요하며 그 필요를 가장 잘 채워 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배우자란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