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2026년까지 3조 원 이상을 물류망 확장에 투자하겠다고 27일 밝혔다. 풀필먼트센터(FC) 건설과 첨단 자동화 기술 도입,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 비용을 모두 합한 금액으로 쿠팡이 2010년 설립된 이후 2022년까지 쏟아부은 6조2,000억 원의 절반 가까이에 이르는 규모다.
우선 쿠팡은 부산, 대전, 광주, 울산 등 광역시 네 곳과 경북 김천시, 충북 제천시, 경기 이천시, 충남 천안시 등 기초 지방자치단체 네 곳 등에 FC를 새로 지을 예정이다. 광주와 대전은 올해 물류 시설 투자를 마치고 운영을 시작한다. 부산과 이천시는 올해 2분기, 김천은 3분기, 제천은 4분기 안에 차례로 공사에 들어간다.
이번 대규모 투자의 목적은 '전국 100% 로켓배송'이다. 현재 전국 시군구 260개 중 182개(70%) 정도가 로켓배송이 가능한 '쿠세권'(쿠팡+역세권)이다. 쿠팡의 계획대로라면 2027년부터는 230개 가까운 시군구에서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새로 로켓배송이 적용될 지역 대부분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 지역에 해당한다. 89개 인구감소 지역 중 로켓배송이 가능한 곳은 현재 강원 삼척시와 전북 김제시, 전남 영암군 등 17개다. 3년 뒤엔 경북 봉화군, 전남 고흥군 등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40%가 넘는 고령화 지역을 포함해 60여 곳 정도로 늘어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심각한 지방에선 생활필수품과 식료품을 구하기 쉽지 않은 만큼 이번 투자가 주민 편의 향상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거라고 쿠팡은 예상하고 있다.
쿠세권을 전국구로 늘리겠다는 이번 투자는 '쿠팡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쿠팡이츠는 쿠팡 멤버십(쿠팡와우) 회원에게 배달비 무료 혜택을 26일부터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 플레이는 20, 21일 메이저리그(MLB) 서울 시리즈를 단독으로 개최한 데 이어 올여름엔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28)가 뛰고 있는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구단 바이에른 뮌헨을 초청한다. 본업인 이커머스를 넘어 무료 음식 배달 서비스와 볼거리까지 모두 한 달 4,990원에 제공함으로써 고객 이탈을 막는 '록인(Lock-in)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테무 등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는 중국 이커머스의 기세를 누르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알리의 모기업 알리바바는 앞으로 3년간 11억 달러(약 1조4,825억 원)를 한국 사업 확장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의 사업 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서에 따르면 알리바바가 국내 통합물류센터를 짓는 데 2억 달러(약 2,696억 원)를 투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