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이래 역대 정권은 ‘국가균형발전’을 정책적으로 표방해 왔다. 그럼에도 전국 지역내총생산(GRDP)에 대한 수도권 기여율은 2015년 이전 50%였던 게 이후 70% 이상으로 치솟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이 그제 발표한 ‘생산·소득·소비 측면에서 본 지역경제 현황’ 보고서의 내용이다. 물론 생산 기여율만으로 균형발전 여부를 재단하는 건 무리다. 하지만 생산력은 지역 발전의 토대라는 점에서, 한은 보고서는 정부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재정비를 촉구한 셈이다.
보고서는 수도권의 전국 GRDP 기여율이 50%였던 2015년을 기준으로, 2001~2014년과 2015~2022년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기여율 변화를 파악했다. 그 결과 2015년부터 수도권 기여율이 급등해 앞선 기간 51.6%였던 게 70.1%로 치솟았다. 주력 제조업에서 수도권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유지한 반면, 비수도권에선 자동차ㆍ화학제품ㆍ기계산업 등이 중국과의 경쟁 심화 및 생산성 하락으로 성장률이 3%포인트 이상 큰 폭 하락한 탓이다.
경제력의 수도권 집중은 4차 산업혁명이나 국제 분업체계의 급변처럼 정부의 국내 정책만으로 풀기 어려운 측면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외부여건 변화에 부응하되 지역균형발전을 최대한 저해하지 않는 방안을 찾는 것 또한 정부의 몫이다. 그런 점에서 현 정부가 ‘지방시대위원회’를 통합ㆍ출범시키고도 유기적이고 일관된 균형발전전략에 따른 정책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점은 매우 아쉽다. 총선을 겨냥한 메가서울 구상에 수도권이 들썩이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균형발전은 수도권 인구집중과 출산율 저하 등 인구문제와도 밀접하다. 이와 관련, 한은은 지난해 문제의 동시해법으로, 지역 거점 대도시를 중심으로 집적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는 자원과 인프라를 집중시킬 것, 해당 지역 거점에 공공인프라와 공공기관, 특화산업을 집중 육성할 것 등을 제안했다. 이미 반도체 클러스터는 수도권 차지가 됐지만, 정부는 비수도권 14개 시도 대상 ‘지역특화산업 3.0’ 같은 지역 거점경제 육성사업에라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