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4·10 총선을 앞두고 '더 이상 이 나라를 범죄자들과 종북세력에게 내주지 맙시다'란 내용의 정당 현수막 게첩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격전지 여론조사 등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자 '종북몰이' 등 구태한 '네거티브' 선거로 방향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재옥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전날 밤 이런 내용의 정당 현수막을 걸도록 전국 시·도당에 긴급 지시했고, 시·도당은 이를 후보자들에게 전파했다. 정당 현수막은 정당의 정책이나 현안에 대해 설치하는 광고물로 공직선거법에 따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28일부터는 사용할 수 없다.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도 같은 내용의 정당 현수막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은 '합니다'로 상징되는 '포지티브' 선거 전략을 펴왔다.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각 시·도당에 요청한 정당 현수막 시안엔 '국민의힘은 일하고 싶습니다' '국민의힘이 육아부담 격차해소 합니다' '국민의힘은 불체포·면책특권 폐지합니다' 등 민생 문제 해결의 의지가 주로 담겼다.
당 안팎으론 당 지지율 하락세를 극복하려는 네거티브 선거 전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보도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수도권뿐만 아니라 여당 강세 지역으로 평가됐던 부산·경남에서도 국민의힘의 열세가 예상된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KBS부산과 국제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 21~24일 진행한 부산 지역 여론조사(면접원에 의한 전화면접조사)에서 부산 사하갑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50% 지지율을 기록, 이성권 국민의힘 후보(39%)에게 오차범위 밖인 11%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갑에서도 전재수 민주당 후보(53%)가 서병수 국민의힘 후보(36%)를 17%포인트 앞질렀다. 부산 사상, 해운대갑에서도 오차범위 내에서 민주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수도권 후보자들은 당장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한 서울 지역 출마자는 "여당답게 정책 선거를 해야지 굳이 저런 현수막을 내건다고 표심을 얻을 수 있겠느냐"며 "우리 지역엔 해당 현수막을 걸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 지역 후보자는 "표 떨어질 일이 있느냐"며 "중앙당이 왜 이렇게 판단이 안 되느냐"고 했다. 한 경기 지역 후보자는 "대구 출신이라서 그런지 수도권 선거를 하나도 모르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해당 현수막 게첩이 논란이 되자 지시를 긴급 철회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