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기소된 형사 재판의 공판과 선고 날짜를 11월 대선 뒤로 미루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연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게 생겼다.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의혹 사건의 재판 시작 일이 다음 달 중순으로 확정됐다. 전직 미국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첫 형사 재판이 될 전망이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후안 머천 뉴욕 맨해튼지방법원 판사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의혹 건 관련 심문을 진행한 뒤 오는 4월 15일 배심원단을 선정하며 재판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원래 이 사건은 이날부터 공판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수만 쪽 분량의 증거 문서를 검찰이 뒤늦게 제출해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주장을 재판부가 수용했다. 다만 90일 이상 연기해 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 성인 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가 과거 자신과의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지 않게 하려고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시켜 입막음 돈 13만 달러(약 1억6,000만 원)를 건넨 뒤, 이 비용과 관련한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지난해 3월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이후 2020년 대선 전복 시도, 기밀 유출 및 불법 보관 등 혐의로 세 차례 더 기소됐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대선 전에 유죄 판결을 받지 않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그가 다음 달 실제 재판에 회부된다면 형사 사건으로 배심원단 앞에서 재판을 받는 첫 전직 미국 대통령이 된다고 전했다. 미국 CNN방송은 해당 재판이 대선 전 이뤄지는 유일한 형사 재판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직접 법원에 출석해 공판 전 심리를 지켜봤다. 이미 법정에 들어서기 전 취재진에 “이것은 마녀사냥이자 거짓말”이라고 말했던 그는 심리 종료 뒤에도 회견을 열어 머천 판사의 결정에 “선거 방해”라고 반발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한가운데에 재판을 어떻게 받으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공평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자산 부풀리기 사기 대출 의혹 건 민사 재판과 관련해서는 한숨을 돌렸다. 이날 뉴욕주(州) 항소법원이 항소심 진행을 위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공탁금 액수를 4억5,400만 달러(약 6,100억 원)에서 1억7,500만 달러(약 2,300억 원)로 낮춰 주면서다. 단 10일 내로 납부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공탁금 액수가 너무 커 현실적으로 납부하기 어렵다며 깎아 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그가 원래 시한인 이날까지 공탁금을 내지 못할 경우 뉴욕주 검찰이 벌금형을 집행하기 위해 그의 은행, 계좌, 건물, 골프장, 전용기 등 자산 압류에 들어갈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