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금(金) 매입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세계 금값 랠리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에 따른 불안감이 '안전 자산' 주목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경제 회복 속도가 더딘 점을 고려하면, 중국발 매입에 따른 금값 고공행진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중국이 금 보유 규모를 기록적인 수준으로 늘린 데 이어 일반 소비자까지 금으로 된 귀금속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해 225톤의 금을 매입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금을 매입한 것은 물론 중국으로서도 1977년 이후 최대치다.
일반 투자자들도 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1, 2월 중국이 비화폐적 용도로 사들인 귀금속은 567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1% 늘었다. 중국에서 일시적으로 소비가 늘어나는 춘제(중국의 설·2월 10~17일) 기간 금 등 보석 제품 판매량도 전년 대비 24% 늘었다. 중국 정부와 일반 소비자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금을 사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국제 금 선물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지난해 10월부터 가파르게 상승세를 이어가던 금값은 이달 초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 값이 온스당 2,100달러 선을 돌파, 금 선물 거래가 시작된 1974년 이후 50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 21일(현지시간)에는 2,200달러까지 오르며 장중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금값 상승 원인은 복합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시장 기대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화폐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 위기감 상승도 금값 랠리에 한몫했다. 실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지난해 130톤의 금을 사들여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금을 많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경제 부진의 늪에 빠진 중국까지 금에 눈을 돌리며 금값 상승을 더욱 강하게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WGC의 존 리드 수석 분석가는 "부동산·주식 시장 침체 등 중국이 직면한 경제적 난국 속에서 중국 투자자들이 금 시장을 피난처로 삼았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경제 회복 속도가 더딘 점을 고려하면, 금값 랠리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얘기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은 금값이 내년 초쯤 2,3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사 BMO캐피털마켓의 콜린 해밀턴 분석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화폐 가치가 금값을 좌우해 온 전통적인 상관관계가 깨지고 중국의 투자가 금값을 주도하는 새로운 시대가 왔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