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 밀리고 영업 적자 '사면초가'…이마트, 31년 만에 첫 희망퇴직 받는다

입력
2024.03.25 18:00
17면
근속 15년 이상 직원 희망퇴직 실시
대형마트 성장 제약, 온라인에 뒤처져
정용진 회장, 계열사 CEO 바꿀 수도


이마트가 1993년 창립 이래 31년 만에 처음으로 전사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이 회사는 30년 넘게 몸집을 불리면서 유통업계 맏형 자리에 올랐지만 인력을 강제로 줄이는 처지에 놓였다. 이마트는 주된 쇼핑 공간이었던 대형마트가 쿠팡 등 온라인 유통 채널에 밀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실적마저 처음 적자를 기록하자 '허리띠 졸라매기'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는 평가다.

이마트는 25일 사내 게시판에 희망퇴직을 다음 달 12일까지 접수받는다고 공고했다. 희망퇴직 대상은 수석부장부터 과장급 가운데 근속 15년 이상 직원이다. 희망퇴직자에겐 법정퇴직금, 40개월치 기본급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 생활지원금 2,500만 원, 직급별 전직지원금 1,000만~3,000만 원이 지급된다. 3개 대형마트 가운데 전사 차원에서의 희망퇴직은 롯데마트가 2021년과 지난해 진행한 적 있지만 이마트는 처음이다.

이번 희망퇴직은 과거 이마트의 비용 절감 방식과 비교하면 보다 적극적이다. 그동안 이마트는 수익성 회복을 위해 신규 출점 자제, 점포별 희망퇴직 등을 실시했다. 그 결과 이마트 점포는 2022년 말 157개에서 지난해 말 155개로 두 개 없어졌고 직원 수도 같은 기간 2만3,844명에서 2만2,744명으로 1,100명 줄었다. 직원 감소에도 이마트가 급여로 연간 쓴 금액은 2022년 1조904억 원에서 지난해 1조1,175억 원으로 오히려 271억 원 늘었다. 고비용 구조가 이마트 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마트가 희망퇴직을 실시한 배경은 "수년간 이어진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듯 회사 안팎으로 사면초가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마트를 비롯한 대형마트는 전통의 쇼핑 강호인 백화점을 위협할 정도로 고속 성장하다가 2010년대 후반부터 주춤하고 있다. 쿠팡 등 온라인 유통 채널이 소비 대세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다.



사상 첫 영업적자, 희망퇴직 불씨 댕겼다



대형마트는 비(非)식료품은 물론 주력 상품인 식품 주도권까지 쿠팡, 마켓컬리 등에 넘겨주는 모양새다. 특히 쿠팡은 지난해 연 매출 31조8,298억 원을 기록해 29조4,000억 원에 그친 이마트를 앞서고 유통기업 선두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저가 상품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 공습하고 있는 중국계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도 이마트를 위협하고 있다.

대형마트 입장에서 10년 넘게 적용된 영업 규제도 뼈아프다. 이 기간 동안 대형마트는 둘째·넷째 주 일요일마다 문을 닫고 영업 제한 시간(0시~오전 10시)으로 새벽 배송도 불가능했다. 온라인 유통 채널의 성장에 맞설 손발이 일부 묶였던 셈이다.

이마트가 이런 악조건 속에서 지난해 기록한 영업적자 469억 원은 희망퇴직의 불씨를 댕겼다는 분석이다. 영업적자는 계열사인 신세계건설 실적이 워낙 부진했던 영향도 있지만, 본업인 이마트 사업이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평가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이마트가 조직 슬림화에 성공하더라도 회사를 둘러싼 위기 상황은 여전하다는 점이다. 이에 이달 초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실적 악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교체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유통 전문 애널리스트는 "인구 밀집도가 높고 배송 속도도 빠른 한국에서 대형마트는 온라인에 손님을 빠르게 빼앗기고 있다"며 "여기에서 발생하는 매출 둔화를 방어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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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30811140000464)


박경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