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미디어재단 TBS교통방송이 이달 29일 국내 회계법인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는 수의계약을 체결한다. 서울시의 출연금 지원이 끊기는 5월 31일을 앞두고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조차 잇따라 불발로 끝나면서 한때 공중분해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면서 인수 대상자를 찾는 과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TBS는 황금 대역대에 위치한 라디오 주파수를 앞세워 새 주인을 찾는다는 전략이다.
25일 서울시와 TBS에 따르면 TBS는 29일 국내 회계법인과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한 수의계약을 체결한다. 해당 회계법인은 국내 ‘빅4(삼일ㆍ삼정ㆍ한영ㆍ안진)’ 중 한 곳이라고 한다. 매각 주관사로서 해당 회계법인의 적합성을 따지는 TBS 내부 심사도 27일 열린다.
앞서 TBS가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해 실시한 ‘투자자 발굴 용역’ 입찰에서 1차(2월 15일)와 2차(3월 12일)는 모두 불발로 끝났다. 인수 대상자는 고사하고 매각 주관사조차 찾지 못하면서 TBS의 공중분해 가능성이 거론됐다. TBS는 한 해 예산의 70%(300억 원) 가까이를 서울시의 출연금에 의존해 와, 5월 31일 이후 지원이 끊기면 폐국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태익 TBS 대표이사는 16일 자로 퇴사했고, 강양구 TBS 경영전략본부장은 18일 ‘직원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6월부턴 급여를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TBS의 ‘투자자 발굴 용역’ 1차와 2차 입찰에서 응찰하려 한 곳은 삼일회계법인이라고 한다. 다만 TBS 노조가 민영화에 반대한다는 점 때문에 응찰 직전 포기한 걸로 전해졌다. 삼일회계법인은 올해 초 매각이 승인된 YTN의 매각 주관사였다. 다만 당시 YTN 노조도 민영화에 반대하면서 홍역을 앓았다. 그러나 강양구 TBS경영전략본부장을 중심으로 회사 경영진들은 입찰이 불발된 이후에도 물밑에서 접촉하며 활로를 모색해왔다.
TBS가 매각 주관사를 찾으면 인수 과정도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TBS가 인수 과정에서 내세울 가장 큰 자산은 황금 대역대에 위치한 라디오 주파수(서울 FM 95.1㎒)다. 문제는 이 주파수에선 상업광고가 허용되지 않아 민간기업이 TBS를 인수할 메리트가 없다는 점이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1990년 TBS 개국 당시 방송 공공성을 위해 상업광고 허용을 불허했다.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익명을 요구한 한 TBS 관계자는 “현재 (TBS를 탐탁지 않아 하는) 여권의 추천 심의위원이 다수인 방통위에서 TBS의 상업광고를 허용해줄 것이라 기대하긴 어렵다”며 “CBS 등 다른 라디오 매체들도 라디오 광고 시장의 파이가 줄어드는 걸 우려해 반대가 크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TBS는 공적 기능을 우선시하는 공공기관이나 지자체를 새로운 인수자로 삼아 활로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경찰청 산하 도로교통공단의 TBN 한국교통방송이 TBS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TBS의 주력인 라디오 교통방송이 추가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걸로 전해졌다. TBS는 서울시의 출연금이 끊기는 5월 31일 이전까지 인수자를 찾아 매각 계획의 청사진을 확정할 계획이다. 강양구 TBS 경영전략본부장은 "민간이든 공공이든 매각, 인수 계획이 확정된 뒤에도 이를 위한 행정 절차에 시간이 걸린다”며 “TBS가 인수자를 찾았다는 전제하에, 매각 과정 기간 동안만이라도 출연금 지원을 연장해줘 해당 절차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