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 50m 앞 이런 행사를 열다니 화나"… '성인 페스티벌' 반대 청원

입력
2024.03.2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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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시민 "행사 중단촉구" 국회에 청원

“초등학교에서 50m 떨어진 곳에서 열리는 성매매 엑스포 행사 중단을 요청합니다.”

다음 달 20, 21일 경기 수원 권선구의 민간 전시장 ‘수원메쎄’에서 열리는 ‘성인 페스티벌(2024 K-XF The Fashion)’에 대해 여성단체들이 성(性)착취 행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얼마 전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도 행사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24일 한국일보 취재 등에 따르면 수원시민이라는 청원인은 사흘 전인 21일 “일본 성인비디오(AV) 배우가 팬티를 벗고 엉덩이를 드러내고, 남자 참석자들이 돌아가면서 엉덩이를 때리고 만질 수 있는 체험이 있어 경악했다”며 “유사 성매매와 같은 행사가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다는 것이 화가 난다”라고 청원 이유를 적었다. 이어 “초등학교에서 불과 반경 50m 떨어진 곳에서 유사 성매매와 다를 바 없는 행사가 열리는 것”이라며 “교육환경보호법 제10조에 따라 중단이나 폐쇄조치를 할 수 있다”고 교육 당국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청했다. 해당 법은 교육환경보호구역에서는 학생의 보건ㆍ위생, 안전, 학습과 교육환경 보호를 침해하는 행위를 하거나 시설물을 설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행사장은 수원 한 초등학교에서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직선으로 약 50m 떨어져 있다. 이날 오전 기준 이 청원에는 5,149명이 동의했다.

이번 성인 페스티벌은 지난해 12월 광명시에 이어 두 번째 개최다. 성인 인증을 거친 입장객이 입장료를 내고 행사장에 들어가면 일본 AV 배우들의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 촬영 등을 하며 란제리 패션쇼를 볼 수 있다. 광명 행사 때는 1,000여 명이 방문했지만 수원 행사 때는 1만 명가량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여성의전화 등 수원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이 행사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여성의 신체를 ‘놀이’로 소비하고 있어 여성을 성착취하는 장에 불과하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반면 주최 측은 “모든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으며, 성 문화에 대해 감추지 말고 공개적이고 자유로운 논의와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앞서 수원시는 성인 콘텐츠 제작업체가 주최하는 성인 페스티벌에 대해 재난안전관리기본법 등 관련 법을 검토했으나, 법적 하자가 없어 행사를 금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민간사업주 행사이고, 행사장 역시 외부에서 들여다보이지 않는 폐쇄된 공간이라 강제 취소는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시는 다만, 청소년들이 행사장에 들어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 행사 당일 주최 측에 신분증 검사 실시를 요청하고, 수원교육지원청과 수원 관내 각 초중고교에도 협조 공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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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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