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모스크바 테러 정보, 러시아에 사전 공유했다"

입력
2024.03.23 14:58
"이달 초 극단주의자 테러 계획 알았다"
푸틴, 앞서 "사회 어지럽히는 협박" 일축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한 공연장에서 무차별 총격 테러와 화재가 일어나 60명 이상이 사망한 가운데, 미국이 테러 관련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러시아 측과 공유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에이드리언 왓슨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미 정부는 이달 초 모스크바에서 공연장을 비롯해 대형 모임을 대상으로 한 테러리스트의 공격 계획 관련 정보를 입수했다"며 "이에 따라 미 국무부는 러시아 내 미국인들에게 주의보를 발표했고, '경고 의무' 정책에 따라 러시아 당국과 이 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주 러시아 미국 대사관은 지난 7일 홈페이지를 통해 "극단주의자들이 콘서트를 포함해 모스크바 내 대규모 모임을 표적으로 삼으려 한다는 정보가 있다"며 "미국 시민들은 앞으로 48시간 동안 대규모 모임을 피하라"고 공지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경고는 이번 공격과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총격 테러 사흘 전인 지난 19일, 미 대사관의 성명을 두고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이뤄진 명백한 협박"이라며 비난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공격에 대한 공식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았다.

앞선 이날 저녁,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에 위치한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 3명 이상의 무장 괴한이 침입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총격 직후에는 대형 화재도 발생했다. 이 일로 최소 60명이 숨지고 146명이 부상했다.

공격 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전투원들이 모스크바 외곽에서 열린 대형 모임을 공격했다"며 배후를 자처했다. 미국 정부도 이번 공격이 IS 소행이라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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