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선거'에 온실가스 3만톤... "친환경 선거 제도화" 첫 공약

입력
2024.03.22 15:00
녹색정의당, '탄소중립 선거' 공직선거법 개정 약조

도로에 널브러진 명함과 홍보물, 한 번 쓰고 버려질 현수막 등. 선거철이면 최소 1,000톤이 넘는 폐기물이 쏟아지고 이번 4·10 총선도 그리 다르지 않을 분위기다. 이 같은 ‘쓰레기 선거’ 관행에 제동을 걸고 ‘탄소중립 선거’를 제도화하겠다는 공약이 나왔다.

녹색정의당은 2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소중립 선거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공약을 발표했다. 현수막과 종이 공보물 위주의 현행 선거법이 유지된다면 후보 개인이 아무리 노력한들 친환경 선거운동이 어렵다는 이유다.

공약에는 △우편 공보물을 신청자에 한해 온라인 전환 △선거용 간판·현판·현수막 규격 및 매수 제한 △현수막 등 의무 재활용률 제도화 △친환경 선거에 대한 비용 지원 등이 포함됐다. 허승규 녹색정의당 녹색부대표는 “프랑스는 친환경 재질의 종이를 사용한 홍보물과 투표용지에 대해서만 선거 비용을 보전하고 있다”며 “친환경 유세가 더 이상 ‘이색 선거운동’으로만 남지 않으려면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 총선 후보들도 잇따라 탄소중립 선거운동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갑에 출마한 김혜미 후보는 ‘RE(재생에너지)100 유세차’를 공개했다. 전기 트럭 위에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활용한 전기저장장치를 달아 스피커 등에 연결한 구조다. 주로 경유 트럭을 개조하는 기존 유세차와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은평을 김종민 후보는 전기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선거사무실 외벽에 현수막을 걸지 않겠다는 결단도 내렸다. 김 후보는 “외벽 현수막은 크기도 크지만 부착 및 철거 과정에서 대형 크레인을 동원하기 때문에 탄소배출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후보 입장에서는 큰 제한이 따르는 결정이지만 불편을 감수하려 한다”고 말했다.

선거운동 기간은 2주에 불과하지만 발생하는 폐기물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녹색연합은 2017년 대통령선거와 2018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2만8,084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공보물과 벽보에 사용된 종이, 현수막 양을 통해 분석한 결과로, 플라스틱 일회용컵 5억4,000만 개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맞먹는다. 선거철에만 쓰이는 선거재킷이나 어깨띠, 유세차량 부착물 등을 모두 고려하면 배출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쓰레기로 가득한 선거는 이번 총선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28일)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녹색정의당 외에 친환경 선거운동을 약속하거나 관련 공약을 내놓은 정당은 없다. ‘탄소중립·친환경 선거 촉구 연서명’ 캠페인을 추진 중인 청년단체 ‘지구를 지키는 배움터’의 원종준 대표는 “거시적인 기후정책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공직에 진출하는 첫 시점부터 환경을 생각하는 정당이 진짜 기후위기를 중시하는 정치”라며 다른 정당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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