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지대는 실패했다" 이준석·이낙연 '지역구 잔혹사'... 비례만 노린 조국은 파죽지세

입력
2024.03.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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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이낙연 신당 결별 후 존재감 희미
간판 선수들 지역구 성적표 예상 밖 '고전'
비례지지율도 한 자릿수, 원내 입성도 불안 
반윤·비이재명 동시심판론자 사로잡은 조국
비례 지지율 22%까지 치솟으며 표심 '선점'

4·10 총선에서 거대 양당에 견제구를 날리며 이른바 정치판 메기를 자처했던 3지대 정당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여야 이탈 세력들이 한데 모여 빅텐트를 노렸던 '이준석의 개혁신당'과 '이낙연의 새로운미래'는 급발진 합당과 결별을 반복하며 존재감이 확 쪼그라들었다. 지역구에선 전혀 맥을 못 추고, 비례 의석도 "한두 석을 챙기면 다행"이라는 자조가 나올 만큼 지지율이 푹 꺼졌다. 녹색정의당 역시 1% 지지율에 갇히며 원외정당으로 내몰릴 처지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탐탁지 않아 하는 이른바 '반윤비명' 동시심판론자들의 틈새를 절묘하게 파고든 조국혁신당은 비례정당 지지율 20%를 돌파하며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①윤석열·이재명을 대체할 유력 차기 주자의 파괴력 ②호남 등 확실한 우군의 지지 기반 ③여야 동시심판론을 겨냥한 확장 전략 등 3세력이 뜰 삼박자를 조국혁신당은 고루 갖춘 반면, 나머지 두 당은 '떴다방 식 묻지마 연대'로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한 탓에 외면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지대 지역구 잔혹사... 이준석·이낙연마저 '고전'

"정말 이렇게까지 안 나올 줄은 몰랐다."

새로운미래 관계자는 최근 지역구 후보별 판세 여론조사에 눈을 감고 있다. 거대 양당 후보들 간 대결구도가 공고해지면서 3지대 후보들의 지지율이 예상보다 바닥을 치고 있어서다.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는 전국 지역구 254곳 가운데 두 당 공히 90여 곳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당선권에 있는 후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당장 간판으로 내세운 선수들 성적표부터 신통치 않다. 2030 표심 경쟁력에 자신감을 보이며 동탄신도시가 있는 경기 화성을에 도전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현대차 사장 출신의 정치신인 공영운 민주당 후보에게 크게 밀리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가상 대결 조사 결과 공 후보는 42%, 이준석 대표 19%, 한정민 국민의힘 후보 18%순으로 '1강 2중' 구도다. 같은 당에서 경기 성남 분당갑에 출사표를 던졌던 류호정 전 의원도 이날 "제3지대 정치는 실패했다"며 후보등록을 포기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정치적 고향 호남의 심장, 광주 광산을에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지만 지지율은 17.7%(리서치뷰)에 그쳤다. 강성 친이재명(친명)계 민형배 의원의 압도적 지지율(65.4%)에 눌려 사실상 반등이 쉽지 않아 보인다. '비명횡사' 공천에 반발해 민주당을 떠나 새로운미래로 옷을 갈아입은 현역 의원들이 자기 지역구에서 맥을 못 추는 것도 이례적이다. 경기 부천을에서 내리 3번을 당선한 설훈 새로운미래 의원의 지지율(9%)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캐스팅보터 역할도 어려운 수치(메타보이스)인 셈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2일 "이준석, 이낙연은 인지도는 높지만, 호감도가 따라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확장성의 한계가 분명 있다"며 "당장 공중전을 일으킬 세력도 바람도 꺼진 마당에 조직력이 없으니 밀릴 수밖에 없는 승부"라고 내다봤다. 지역구 '0석'의 위기감이 엄습한 가운데 비례의석도 난망이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비례정당 지지율에서 개혁신당은 5%, 새로운미래는 2%에 그쳤다. "개혁신당은 많으면 2,3석 새로운미래는 원내 진입 자체가 불투명하다"(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는 전망이다.

'지역은 尹심판, 비례는 李심판' 동시심판론 파고든 조국혁신당

존재감이 희미해진 3지대와 달리 비례대표 선거긴 하지만 조국혁신당의 기세는 매섭다. 3월 3째주 비례정당 지지율 조사(한국갤럽)에서 22%까지 찍었다. 15%(3월 1주), 19%(3월 2주)까지 차곡차곡 쌓은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호남과 진보를 벗어난 외연 확장이 눈에 띈다. 든든한 우군이던 호남(32%) 이외에도 보수 진영에 유리한 밭으로 분류되는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 충청에서도 20%대로 지지율이 치솟았다. 중도 성향에서 조국혁신당(24%)이 민주당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22%)을 앞지른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조국혁신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동시에 비토하는 이른바 쌍끌이 심판론의 민심을 절묘하게 받아 안으며 지지율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병천 소장은 "윤석열도 싫고 이재명의 민주당도 싫은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지역구에선 민주당에 힘을 실어 윤석열을 심판하고, 비례에선 조국혁신당을 찍어 이재명을 심판할 믿을 만한 제3의 선택지가 생긴 셈"이라고 분석했다. 조국혁신당이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에만 몰빵한 전략이 영리하게 먹혔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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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로 상징되는 조국 대표를 향한 국민적 분노도 조정기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이관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는 "김건희 디올백, 이재명 사법리스크, 한동훈 고발사주 등 기성 정치인들의 도덕적 흠결이 더 크다고 느끼면서 이미 털릴 대로 털린 조국이 상대평가에서 유리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국혁신당이 거대 양당의 독주를 막아설 방파제 역할로 기능할 수 있다는전망도 나온다. 이 교수는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 차기를 다툴 경쟁자인 조국 대표의 지지율이 높아지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반이재명 민심을 다독이려 애를 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권 역시 싸워야 할 전선이 두 배로 늘어난 만큼, 야권 진영의 눈치를 더 볼 수밖에 없을 거란 분석이다.

※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강윤주 기자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