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가 소수민족 반군의 거센 공세에 부딪히면서 2021년 2월 쿠데타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는 유엔 분석이 나왔다. 그간 양측이 일진일퇴 공방을 벌여왔다면 승리 무게추가 저항 세력 쪽으로 기울면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수세에 몰린 군정이 더욱 잔혹한 행태를 보이면서 민간인을 향한 반인도적 범죄 행위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은 전날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의 광범위한 저항과 전장에서의 잇단 승리로 미얀마 상황은 조류가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미얀마 군부가 ‘실존적 위협’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27일 아라칸군(AA), 타앙민족해방군(TNLA), 미얀마민족민주연합군(MNDAA) 등 소수민족 무장단체 연합 합동 공세가 시작된 이후 군부가 연일 패퇴하면서 힘이 크게 꺾였다고 봤다. 앤드루스 보고관은 “군부는 이제 (쿠데타 초기 대비) 절반도 안 되는 지역만 통제하고 있다”며 “수백 개의 군사기지와 점령지, 수만 명에 달하는 병력을 잃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궁지에 몰린 군부는 점점 더 무자비해졌다. 유엔은 지난 5개월(작년 10월~올해 3월) 사이 민간인에 대한 표적 공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배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군이 마을, 주민센터, 사찰, 농경지 가릴 것 없이 지뢰를 매설하면서 지뢰로 인한 민간인 사상·부상자 수도 전년보다 2배 늘었다.
노골적인 징집도 이어지고 있다. 반군부 세력 무장 투쟁으로 전사자가 늘어나고 군을 이탈하는 병사가 증가하자 지난달 미얀마 군부는 신년 축제가 끝나는 4월 중순부터 강제 징병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원치 않는 복무를 피해 나라를 떠나려는 행렬이 이어지자 아예 거리에서 청년들을 납치한 뒤 군에 배치하기 시작했다고 유엔은 설명했다.
심지어 과거 군부가 잔혹하게 탄압했던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까지 군으로 끌어들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앤드루스 보고관은 “미얀마 군부는 자신들이 대량 학살을 저지르고 방글라데시로 내몰았던 로힝야족 청년들을 군에 합류시키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강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의소리(VOA)도 지난 14일 로힝야족 300여 명이 미얀마 라카인주에서 군부에 의해 군사훈련을 받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심각한 병력 부족 상황에 처한 군정이 자신들이 박해하던 로힝야족을 ‘인간 방패’로 삼고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