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갑 총선에서 전례 없이 안보 이슈가 부각됐다. 도전자인 김영우(3선) 국민의힘 후보와 수성에 나선 현역 의원 안규백(4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모두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냈다. 김 후보는 18일과 21일 두 번에 걸쳐 진행된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한미관계 해체가 진보당 강령인데 아무리 급해도 국방위원장까지 지낸 안 의원이 그런 정당과 단일화를 할 수 있는가"라며 "상당히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경기 포천가평에서 내리 3선을 지낸 뒤 2020년 총선 불출마를 거쳐 이번에 지역구를 동대문갑으로 옮겼다. 경희중·고교를 나와 인접한 고려대를 졸업했다. 그는 "동대문갑은 굉장히 낙후돼 있다"면서 "여당의 4선 중진의원이 돼 발전시켜야 하겠다는 생각에 나섰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동대문갑 민심은.
"바꿔야 한다는 민심이 굉장히 강하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 이필형 동대문구청장과 제가 다 동문(고려대)이고 가까운 사이라 이제 좀 발맞춰서 해볼 만하다. 제가 이곳에서 중·고교를 다녔다. '동대문 사람'이란 게 어필이 된다. 외부엔 불리한 바람이 부는 것 같지만, 여긴 꽤 해볼 만한 것 같다."
-안규백 의원 입지가 강한데.
"초선 의원 때 국방위원을 같이했다. 인간적으로 가깝지만, 국방위원장으로 실망한 부분도 있다. 2022년 한미일 연합훈련 계획을 SNS에 공개하는 바람에 훈련이 반쪽짜리가 됐다. 북한식 사회주의와 비슷한 진보당과 단일화를 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지역 발전엔 민주당의 방식에 문제가 있단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이 국회의원 12년, 구청장도 12년, 서울시장도 10년 이상 하지 않았나. 그래서 우리 지역 민심엔 '바꿀 사람, 일할 사람'이란 슬로건이 딱 맞아 들어가고 있다."
-여당이 수도권에서 고전하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을 거치며 굉장히 위축됐다. 중도 확장에 실패하고 강성화됐다. 다행히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란 새로운 인물이 당을 맡게 됐다. 과거보다 중도층 확장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도태우 장예찬 등 막말 후보 공천을 취소하지 않았나.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선 의원과 정치 신인의 불만이 이번처럼 적은 공천도 없었다."
-논란의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귀국했는데.
"불행 중 다행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빨리 소환을 해서 조사하는 게 좋다. 앞으로 국민들 마음을 얻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야당이 정치 공격을 계속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민생에 올인해야 한다. 민주당은 선동에 능하다. 같은 스타일로 싸우는 것은 맞지 않다. 사실에 입각한 팩트체크를 계속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당내 강성 목소리에 중도층이 등을 돌렸다는 지적이 있다.
"21대 국회는 최악이었다. 소신 있게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사라졌다. 잘못된 공천 때문이다. 당의 문화가 이젠 좀 바뀌어야 한다. 김재섭(서울 도봉갑)이나 김용태(경기 포천가평) 이런 친구들이 국회에 들어가면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낼 거라고 본다. 저도 돼야 하지만, 그런 후보들이 돼야 한다고 응원을 많이 한다."
-동대문갑은 2030세대가 늘어난 유일한 지역구다.
"잘 봐야 된다. 살기 좋아서 늘었다기보다 전세 사기 등으로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해 전입신고를 하는 청년들이 늘어난 거다. 최소한의 권리를 찾기 위한 몸부림이다. 청년들이 소비도 하고 문화도 향유해야 하는데 그런 건 다른 데서 한다."
-이준석 탈당으로 청년층 지지가 약해졌나.
"일부 인정을 안 할 수가 없지만, 이 대표도 청년정치에 대한 갈망이 있는 친구들을 활용했다고 본다. 아무런 원칙 없이 이낙연 신당과 합쳤다가 열흘 만에 헤어졌잖나. 정치인 이준석이 지향하는 가치가 뭔가. 다 같이 반성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야 해결의 실마리가 생길 것이다. 청년에게 처음부터 공천이나 가산점을 주기보다, 스스로 정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구의원, 시의원, 보좌진 등을 경험하고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