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장릉에 가면… “도깨비 나와라 뚝딱”

입력
2024.03.2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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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군 66억 원 들여 테마광장 등 조성
단종 지킨 도깨비와 충신 콘텐츠 마련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강원 영월군 장릉 일대가 도깨비 마을로 탈바꿈한다. 비운의 조선임금인 단종(1441~1455)의 삶과 설화 등 지역 문화자산을 활용한 관광 콘텐츠를 내놓아 관심을 모은다.

영월군은 21일 “국비 20억 원을 비롯해 모두 66억7,000만 원을 들여 단종의 능인 장릉 일원 4만6,635㎡(약 1만4,107평)에 새 관광지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조선 초기 삼촌 세조(1417~1468)에 의해 왕위를 빼앗긴 뒤 영월에 유배돼 세상을 떠난 단종의 무덤을 도깨비들이 지켰다는 ‘능말 도깨비 설화’를 활용한 도깨비 광장(4,690㎡)과 객주, 카페 등을 만든다. 단종을 섬겼다고 알려진 도깨비 터를 비롯해 △단종의 장례를 치른 충신 엄흥도와의 재회 △단종과 도깨비의 산책로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도깨비 소원존 등 설화를 재구성한 문화 콘텐츠도 선보인다. 영월군은 “도깨비를 테마로 한 콘텐츠와 보덕사, 영월 저류지, 청령포 등 주변 관광지를 연계한 코스를 조성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영월군은 지난 1967년부터 어린 나이에 왕위를 빼앗기고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단종과 정순왕후(1440~1521)를 애도하는 단종문화제를 열고 있다. 2021년엔 장릉 경내 단종 어진(임금의 얼굴을 그린 그림)이 국가 표준영정 100호로 지정됐다. 지난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선 단종과 낮도깨비 설화를 바탕으로 한 창작 뮤지컬을 공연해 박수를 받았다.

최명서 영월군수는 “인간적이면서 해학적인 모습의 도깨비 마을을 통해 역사와 설화가 공존하는 문화공간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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