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교사들의 단체 카카오톡 대화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세종 국공립어린이집 A원장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세종시는 A원장과의 위수탁 계약 해지 검토에 착수했다. 급식 비리로 촉발된 세종 국공립어린이집 사태가 마무리될지 주목된다.
대전지법 형사1단독 송선양 판사는 20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60)에게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A씨는 어린이집 교사들과 고용승계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던 지난해 6월 2일 오후 학부모와 간담회를 끝낸 뒤 교사들이 학부모들을 배웅하는 동안 교사 B씨의 업무용 개인컴퓨터에 설치된 카카오톡을 열어 B교사와 다른 교사들이 나눈 대화를 촬영하고, 교사들과 주고받은 문서 파일을 복사했다.
법정에서 A씨는 “죄가 될 줄 몰랐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송 판사는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나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가 이날 형사 처벌을 받자 세종시도 계약 해지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임숙종 세종시 여성가족과 과장은 “금일 판결에 따라 관련 법률과 규정을 살피는 등 A씨와 맺은 위수탁 계약 해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 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A씨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외에도 교사 및 학부모들과의 갈등 및 고소전(명예훼손), 횡령 및 폐쇄회로(CC)TV 영상 유출(영유아보육법 위반), 사문서 위조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재 수사를 받고 있다.
A원장이 어린이집을 맡은 뒤 자녀를 다른 곳으로 전학시킨 학부모 김모(42)씨는 “이직 교사가 없고 양질의 급식 등 안정적인 운영 덕분에 (맞벌이에 자녀 셋) 입학점수 1순위도 대기해야 들어가는 인기 최고의 어린이집을 A원장이 반년 만에 초토화시켰다”며 “알 수 없는 이유로 A원장을 감싸고 돈, 비상식적 행정을 보여준 세종시도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세종시는 지난해 6월 A원장과의 갈등으로 교사들의 집단 사퇴, 보육 공백이 발생하자 감사위원회를 내세워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이렇다 할 사태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고, 사태는 장기화했다. 특히 A씨가 위조해서 제출한 서류로 감사를 진행한 사실을 세종시는 뒤늦게 인지하고도 A씨에 아무런 조치를 못 취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였다. 참다못한 학부모와 퇴직교사들이 세종시를 대신해 위조 서류로 감사 활동을 방해한 A씨를 고소했고, 세종남부서가 수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