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해변, 부동산 가치 높아… 주민들 청소해야” 트럼프 사위의 막말

입력
2024.03.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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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백악관 선임 고문 맡았던 쿠슈너
"팔레스타인인 사막으로 옮겨야" 발언
"인종 청소 옹호하나" 미국 사회 발칵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최근 한 행사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청소해야 한다”고 발언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아랍 국가들이 금기시하는 ‘팔레스타인인 추방’을 옹호하며 이를 ‘청소(clean up)’라고 지칭한 것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리는 ‘트럼프 일가’의 중동 관련 극단적 시각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19일(현지시간) 쿠슈너가 지난 8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피란민 사막으로 옮겨야"

문제의 발언은 쿠슈너가 가자지구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사람들이 생계를 꾸리는 데 집중하기만 한다면 가자지구 해안가 부동산은 매우 큰 가치가 있을 수 있다”며 “가자지구에 지하 터널을 만들고 무기를 구입하기 위해 소비한 돈을 모두 교육과 혁신에 썼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겠는가”라고 말했다. 언뜻 부동산 사업가인 쿠슈너가 팔레스타인의 평화적 번영을 희망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그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을 주장했다는 점이다. 그는 “이스라엘 관점에서라면 나는 가자지구에서 사람들(팔레스타인인)을 옮기고 청소하려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에 옮기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피란민을 사막으로 추방하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개발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최남단 도시 라파에 가자지구 인구 60%인 약 140만 명이 피란해 있으며, 구호물자 수송이 차단돼 아사 위기에까지 몰린 상황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발언이다.

대담 진행자였던 타렉 마수드 하버드대 교수가 당황하며 ‘아랍 국가들이 반발하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쿠슈너는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 통치는) 하마스의 테러 행위에 보상을 주는 매우 나쁜 생각”이라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그 어떤 나라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주장했다.

"쿠슈너는 트럼프 재집권 시 영향력 있는 인물"

이 같은 발언에 미국 사회는 “인종 청소를 옹호했다”며 경악했다. 쿠슈너가 과거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선임고문을 맡아 중동 외교에 관여했던 만큼, 그의 생각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내심'을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공화당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해야 한다고 암시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쿠슈너는 백악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짚었다. 논란이 일자 쿠슈너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언론이 발언 일부만 불명예스럽게 발췌했다"고 비난했다.

김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