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공지능(AI) 칩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의 (최신형)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아직 쓰고 있지 않다(We are not using yet)"면서도 "검증 중(qualifying)"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전 세계 취재진과의 기자간담회에서다. SK하이닉스가 전날 "5세대 HBM HBM3E를 이달 말부터 엔비디아에 공급한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의 납품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는데, 삼성전자의 HBM3E 역시 공급받을 수 있으며 현재 제품 테스트 중이란 사실을 엔비디아 측에서 공식화한 것이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를 훨씬 빨리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든 반도체다.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HBM3E는 HBM 발전 단계에서 5세대로 꼽힌다. 현재 세계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양분하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의 약 90%를 엔비디아가 점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엔비디아에 누가 먼저 그리고 얼마나 많이 공급하느냐를 두고 두 회사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황 CEO는 삼성전자 HBM3E의 경우 아직 구매하지 않고 있음을 에둘러 밝히면서도 "HBM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이고, 기술적 측면에서 '기적'과도 같다"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기술력을 치켜세웠다. 그는 "HBM 덕분에 (칩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세상을 더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거기에(HBM 구입에)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