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정’이 제1과제가 된 정부가 식품업계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설탕 물가를 정조준해 현장조사를 벌였고,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업계에 국제곡물가 인하를 반영해 소비자 판매가격을 낮추라고 요구해 CJ제일제당이 결국 밀가루 가격을 낮췄다.
공정위는 19일 설탕을 제조하는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을 현장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식주 분야 담합 감시 강화'를 강조한 공정위가 물가 조사에 나선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지난달 설탕 소비자물가지수(146.77)는 1년 전과 비교해 20.3% 뛰는 등 1년 4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설탕 가격 상승이 과자·빵·아이스크림 가격을 줄줄이 밀어 올리는 '슈거 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는 시장 내 지배적 지위를 가진 이들이 담합해 설탕 가격을 과도하게 올렸는지 등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CJ제일제당 밀가루공장을 방문해 가격 동향을 점검했다. CJ제일제당은 다음 달부터 중력밀가루 1㎏, 2.5㎏ 제품과 부침용 밀가루 3㎏ 등 일반 소비자용 밀가루 제품 3종 가격을 평균 6.6%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국제 원맥 시세를 반영하고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동참하겠다는 취지다. 농식품부가 13일 국내 주요 식품업체 19곳을 불러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식품 가격을 인상했다면, 원재료 가격 하락 시기에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식품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압박한 지 6일 만에 투항한 것이다.
생필품 물가를 잡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전방위 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아 "정부는 장바구나 물가를 내릴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즉각 실행할 것"이라며 "과도한 가격 인상, 담합 같은 불공정행위로 폭리를 취하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