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소탕을 위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로 진격하려는 이스라엘과 이를 만류하려는 미국의 두 정상이 재차 이견을 노출했다. 다만 지상전 대안을 논의할 대표단을 보내달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요청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수용함에 따라, 라파 진격이 연기될 가능성이 생겼다.
미국 백악관과 이스라엘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와 약 45분간 전화로 라파 상황 등을 논의했다. 두 정상 간 통화는 지난달 15일 이후 한 달여 만이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이후 공백 기간이 가장 길었다.
라파 지상전에 대한 이견은 여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하마스 제거, 인질 구출, 가자지구발 안보 위협 해소 등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 달성 약속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라파 공격의 정당성만을 부각한 셈이다. 다만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가자지구 필수 구호 확대 약속도 강조했다”고 부연했다.
미국 얘기는 달랐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리핑에서 “가자시티에서 했던 대규모 군사 작전을 라파에서 다시 벌이려는 이스라엘의 계획에 대해 미국이 깊이 우려하는 이유를 바이든 대통령이 설명했다”고 말했다. ①라파에 체류 중인 피란민이 100만 명이 넘고 ②라파가 이집트·이스라엘에서 가자로 들어가는 인도주의적 지원의 통로인 데다 ③이스라엘·이집트 접경이어서 향후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는 게 배경이다. 그는 “대규모 지상 작전은 실수가 될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목표는 라파에서 싸우지 않아도 달성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확이 없지는 않았다. 이날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군사·정보와 인도적 지원 분야의 고위급 당국자로 구성된 팀을 미국으로 파견해 줄 것을 제안했고 네타냐후 총리가 동의했다고 설리번 보좌관은 전했다. 이르면 이번 주 워싱턴을 찾을 이 대표단은 대규모 지상 침공 없이 라파에 있는 하마스 핵심부를 소탕하고 이집트와 가자지구 사이의 국경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을 미국과 논의하게 된다. 일방적 강행을 막았다는 점에서 급한 불은 끈 셈이다.
지난 11일 라마단(이슬람 금식 성월)을 앞두고 재개될 뻔했다가 이스라엘의 불참으로 불발됐던 휴전 협상도 이스라엘 대표단이 18일 협상 중재국 카타르 수도 도하에 도착하며 다시 시작됐다. 이스라엘은 6주간 휴전과 인질 40명 석방안을 중재국에 제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익명의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영구 휴전과 이스라엘 철군 등을 요구했던 하마스는 한발 물러나 단계적 철군 기한과 영구 휴전 날짜에 합의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발적 가자 공습은 멈추지 않았다. 19일 이스라엘이 라파 지역 주택과 아파트를 공습해 14명이 숨졌고 다른 난민촌에서도 공습으로 6명이 사망했다고 가자 당국자가 전했다.
하마스 고위 인사 피살도 속출하고 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18일 북부 가자시티 알시파 병원을 공격해 하마스 무장대원 40명가량을 사살했으며, 고위 사령관 파이크 마부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브리핑에서 하마스 최고위 관료 중 한 명인 마르완 이사가 지난주 이스라엘 작전으로 죽었다고 확인했다. 하마스 군사조직 부사령관이자 작년 10월 기습 공격을 계획한 핵심 인물 중 하나라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