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현실화 폐지가 '서민층 거주비용 경감' 대책이라니

입력
2024.03.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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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시가를 2035년까지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매년 상향 조정하던 것을 올해 2020년 수준(69%)으로 한시적으로 되돌린 데 이어 아예 없던 일로 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이것이 중산층과 서민층 거주비용 경감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어제 윤석열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도시 공간∙거주∙품격 3대 혁신방안’을 내놓았다. 이 중 중산층과 서민층의 거주비용을 경감한다며 내놓은 첫 번째 대책이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다. 무리한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 비율)로 증가한 부동산 세부담을 “공정과 상식에 맞게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공시가는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등 67개 행정∙복지제도에 활용되는 중요한 지표다. 문 정부에서 집값 상승기에 공시가까지 급등하며 보유세가 비상식적으로 치솟는 등 부작용이 컸던 게 사실이다.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는 공시가가 시가보다 높은 가격역전 현상까지 빚어졌다. 윤 대통령이 "곳곳에서 엄청난 부작용이 드러나고 국민 고통만 커졌다"고 비판한 배경이다.

하지만 시세의 70%를 밑도는 공시가가 조세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것 또한 분명하다. 실제 재산세 산정 등에 적용되는 ‘공정가액시장비율’ 역시 작년에 60%에서 45%로 낮춘 데 이어 올해는 더 낮추겠다고 예고된 상황이다. 만약 시세 10억 원짜리 집이라면 공시가 7억 원의 45%인 3억1,500만 원에 대해서만 세금이 부과된다. 고가주택일수록 더 많은 혜택을 보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공시가가 낮아지면 복지제도 수혜 대상이 넓어질 거라며 서민층 대책이라고 포장한다. 전세 살기도 버거운 서민 입장에선 기가 막힐 노릇일 것이다.

정부는 작년 말 현실화 계획 수정안을 내놓겠다고 했다가 무기한 연기했다. 다시 외부 연구용역을 막 시작한 상태에서 무턱대고 폐지부터 공식화한 것은 적절치 않다. 게다가 법 개정 사안이다. 문 정부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시세 변동에 유연하게 연동되면서도 시가와의 괴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우선일 것이다. 그게 공정과 상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