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사퇴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이종섭 주호주대사 논란에 대해 "정당한 인사"라고 반박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힘이 황 수석 자진사퇴와 이 대사 귀국을 촉구하고 있지만 일단 무시한 셈이다. 다만 황 수석의 사퇴 가능성은 열려 있어 이번 사태가 여당과 대통령실의 충돌로 격화될지 아니면 수습 국면으로 잦아들지 기로에 섰다.
여권 관계자는 18일 “윤 대통령은 황 수석의 부주의를 질책했지만 경질은 하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여권에서 ‘여론이 더 악화하기 전에 황 수석 본인이 자진사퇴하는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커질 경우 황 수석 본인이나 윤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정부는 과거 정권들과 같이 정부 기관을 동원해 언론인을 사찰하거나 국세청을 동원해 언론사 세무사찰을 벌인 적도 없고 그럴 의사나 시스템도 없다”며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 철학”이라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황 수석을 변호하거나 그를 둘러싼 논란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윤 대통령은 최근 황 수석의 설화와 관련해 참모들에게 “입조심을 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이 황 수석 경질은 아니어도 자진사퇴까지 막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당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연일 그의 거취를 압박했다.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도 MBC라디오에 나와 "본인이 알아서 정리할 것은 정리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김경율 선거대책부위원장은 CBS라디오에서 "(황 수석의) 발언을 듣고 저도 정말 기함했다"며 "오늘이라도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이 대사의 귀국에는 거리를 뒀다. 입장문을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조사 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 위원장이 전날 "공수처는 즉각 소환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과 온도 차가 있다.
국민의힘은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사태를 서둘러 매듭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윤석열계 이용 의원마저 SBS라디오에 나와 '이 대사를 즉각 귀국시키는 것이 맞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안 위원장은 "와서 조사받겠다는 그런 의지를 표명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 자체가 국민들께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 위원장은 1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을 둘러싼 대통령실과의 갈등이 고조될 때와 달리 확전을 자제하려 애썼다. 매일 진행하던 취재진과 질의응답마저 취소하며 말을 아꼈다. 서울지역 한 출마자는 본보 통화에서 "대통령실도 억울한 점이 있겠지만 수도권 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하면 며칠 내에 당이 요구하는 쪽으로 상황이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황 수석의 거취를 정리하더라도 이 대사 문제까지 해결되지 않으면 당정 갈등은 다시 격화될 수 있다. 다른 수도권 출마자는 "만나는 주민들마다 이 대사 귀국을 종용하는 바람에 고개를 들 수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