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무·이종섭 대형 악재에도 尹 '마이웨이' 고집 이유는?

입력
2024.03.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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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사퇴와 이종섭 주호주대사 귀국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과 여당이 좀처럼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총선을 불과 20여 일 앞두고 여권의 대형 악재가 터졌는데도 사태 해결의 키를 쥔 윤석열 대통령이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 위기를 자초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 출구전략을 고심하는 기류가 적지 않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하면 도리가 없다. 두 사안을 둘러싼 당정 파열음이 지속된다면 선거 이후 책임론과 겹쳐 여권 내부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그런데도 왜 윤 대통령은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것일까.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윤 대통령을 향해 이 대사와 황 수석의 거취에 대한 결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18일 대변인실 입장문을 통해 '인사 철회는 없다'고 못 박았다. 여권 관계자는 "인사의 결격 사유가 없고, 야당과 일부 언론의 공세 측면이 강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여론이 떠민다고 결단을 바꿀 수는 없다'는 윤 대통령 특유의 고집도 작용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윤 대통령은 여론이 악화해도 한번 내린 결정을 좀처럼 바꾸지 않은 선례가 수두룩하다. 지난해 광복절 축사 등을 통해 "공산전체주의", "반국가 세력" 등 발언으로 야당을 몰아세우는 이념 발언을 쏟아내면서도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 참패 뒤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변화'를 약속했다. 올해 초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 등을 놓고 한 위원장과 여당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입장 표명을 요구할 때도 윤 대통령은 역으로 한 위원장 사퇴를 압박하며 맞섰다. 결국 김 여사에 논란에 대한 유감 표명 대신 KBS와 대담을 통해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게 문제"라는 미지근한 입장을 내는 데 그쳤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정권에 대한 비판은 일각의 정략적 공세라고 판단, 입장을 바꾸거나 물러서는 걸 이에 대한 굴복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실도 여당의 요구와 우려를 받아들이기보다는 공세의 주체를 향해 날을 세우는 데 집중했다. 대통령실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조사 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타깃을 공수처로 삼았다.

황 수석 논란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실은 특정 현안과 관련해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 본 적이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이라고 반박했다. 황 수석은 거론하지도 않고 시민단체와 언론계의 우려를 반박하는 데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 두 사안을 둘러싼 논란이 중도층과 수도권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윤 대통령이 마냥 요구를 거부하며 결단을 늦췄다가는 선거와 맞물려 더 큰 후폭풍에 시달릴 수도 있다. 여당 관계자는 "한순간 방심하다 승기가 완전히 넘어가는 상황을 지난 총선에서 톡톡히 경험했다"며 "강경대응보다 민심을 헤아리는 모습을 보이는 게 대통령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김현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