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점 없이 갈등만 키운 의료대란 한 달… 파국 보겠다는 건가

입력
2024.03.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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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시작된 의료대란이 어제로 한 달이 됐다. 정부와 의료계는 접점을 찾아가기는커녕 서로를 겁박하며 갈수록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다 환자들의 죽음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 정말 파국을 보겠다는 건가.

전국 40대 의대 중 어제까지 17곳 교수들이 집단사직을 공식 결의하고 결행 시점을 25일로 예고했다. 다른 학교 상당수도 참여를 논의 중이다. 전공의들이 한 달간 자리를 비우면서 남아있는 의사, 간호사들이 정신적∙육체적 한계에 처한 상황에서 교수들까지 자리를 비우면 걷잡을 수 없이 사태는 확산될 것이다.

이미 지난 한 달간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만 509건에 달한다. “720시간 동안 죽어가는 환자들이, 그 옆에서 애달파하는 가족들이 있다”(한국중증질환자연합회)는 애끓는 호소가 이어진다.

그런데도 정부에선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발언이 나온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그제 “대한민국 의사가 하나도 현장에 남아있지 않는다면 전세기를 내서라도 환자를 실어 날라 치료하겠다”고 했다. 의대 정원 증원에 아무리 강한 의지가 있다 해도, 이렇게 극단적인 정치적 언어까지 사용하면 의사들을 더 자극할 뿐이다. 의사협회 간부에게 첫 면허정지 조치까지 했다.

방재승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어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의료 이용에 불편을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사표를 낸다는 의미 자체보다는 그 전에 해법을 찾아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같은 방송에서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지금이라도 대화의 장을 열고 논의하겠다”며 “저희는 오픈돼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사태 후 처음 병원 현장을 찾아 "정부를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미약하지만 접점을 찾으려는 불씨가 살아있어 다행이다. 말로만 사과하고, 말로만 열려 있다고 해선 안 된다.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려 해서는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걸 양쪽 다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