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이 옷, 페어망은 백팩 '리젠'..."재활용 섬유 기술 으뜸" 효성티엔씨

입력
2024.04.17 15:00
17면
다 쓴 페트병 모으기 사내 캠페인 목표 초과 열기
바다 오염하는 폐어망 수거해 섬유 만들고
세계 최초 옥수수서 뽑은 소재로 스판덱스 생산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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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 직원들 사이에선 2023년 초 다 쓴 페트(PET)병 모으기 붐이 일었다.

사내에서 진행한 '리젠(RE:GEN) 되돌림' 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는데 음료를 마신 뒤 페트병을 모아오면 가방을 나눠주는 사내 행사 참여 열기가 뜨거웠던 것. 그냥 에코백을 주는 게 아니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게 인기가 높은 친환경 패션 브랜드 '플리츠마마'와 '할리케이' 제품을 줬기 때문이다. 플리츠마마는 삼청동, 광장시장 등에도 매장을 열 정도로 핫(hot)한 친환경 패션 브랜드고 할리케이는 김건희 여사가 해외 순방 등에 들고 다니는 모습이 포착돼 완판 행렬을 이어갔던 친환경 가방 브랜드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대구·울산·구미 등 효성그룹 전체 사업장이 참여했는데 목표치를 초과해 2만 개 넘는 페트병이 모였다. 회사는 이로 인한 탄소저감 효과가 소나무 약 100그루가 1년 동안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하는 양과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페트병 수거 캠페인에 참여한 효성 직원 구태우씨는 "페트병을 재활용해서 만든 가방을 받아서 직접 사용해보니 디자인도 멋있고 환경을 보호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며 "앞으로도 친환경 캠페인에 적극 참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 쓴 페트병을 재활용한 섬유 '리젠 폴리에스터'


전 세계 1위(시장 점유율 32%) 스판덱스 섬유 업체 효성티앤씨는 그동안 쌓은 섬유 기술력을 바탕으로 친환경 섬유 시장의 저변 확대에도 앞장서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3대 화학섬유(폴리에스터, 나일론, 스판덱스)의 친환경 섬유 생산이 모두 가능한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효성티앤씨는 2008년 국내 기업 최초로 친환경 폴리에스터 재활용 섬유 '리젠 폴리에스터'를 개발했고 글로벌 리사이클 표준 인증(GRS)을 획득하는 등 친환경 비즈니스에서도 맨 앞에 서 있다. 리젠(RE:GEN·reply to every generation's future)은 페트병을 재활용하거나 환경 친화적 소재를 활용해 섬유를 생산하는 등 과정을 거친 친환경 섬유를 지칭하는 효성티앤씨의 통합 브랜드다.

이 회사는 2020년 친환경 패션스타트업 플리츠마마와 환경부, 제주도, 제주도개발공사(삼다수)와 협업해 '리젠 제주'를 탄생시켰다. 리젠 제주는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서 수거한 페트병을 재활용해 패션 제품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대표적 자원 선순환 시스템으로 주목받았다.




2021년에는 서울시, 여수광양항만공사와도 협업했다. 효성티앤씨는 또 노스페이스, K2 등 다양한 패션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리젠 섬유를 활용한 트렌디한 제품도 내놓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패션브랜드 등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며 "국내 친환경 리사이클 섬유 시장을 넓히고 고객의 친환경 인식을 높이는 데 힘 쏟았다"고 설명했다.


바다 오염 주범 폐어망을 활용한 '리젠 오션 나일론'


바다 오염의 주범으로 꼽혀온 폐어망 재활용에도 효성티앤씨가 앞장서고 있다. 이 회사는 2007년 세계에서 처음 버려진 어망을 재활용한 나일론 섬유 '리젠 오션 나일론' 개발에 성공했다. 폐어망 재활용 나일론 1㎏과 기존 나일론 1㎏을 비교하는 LCA(Life Cycle Assessment·국제 표준 환경영향평가기법) 측정 결과 리젠 오션 나일론을 쓸 때 CO2 배출량이 73%, 화석연료 사용이 75.7%, 물 소비가 98.6%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12월부터 효성티앤씨 울산공장은 폐어망을 재활용한 나일론 섬유 리젠 오션 나일론을 생산하기 위한 해중합 설비를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연산 3,600톤의 생산 능력을 갖춘 해중합 설비는 바다에서 걷어올린 폐어망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나일론의 원료인 카프로락탐을 만드는 설비다.

지난해 북미 최대 아웃도어 전시회 '아웃도어 리테일러 쇼'에서는 폐어망으로 만든 가방이 화제에 올랐다. 효성티앤씨는 이 전시회에서 전 세계 아웃도어 백팩(backpack) 시장을 리딩하고 있는 브랜드 오스프리(Osprey)와 협업한 백팩을 선보였는데 폐어망을 수거하고 재활용해 만든 섬유가 적용됐다는 설명을 듣고 관람객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옥수수에서 추출한 원료로 일상복 만드는 '리젠 바이오베이스드 스판덱스'


효성티앤씨는 유럽연합(EU)이 2025년 탄소국경세 전면 도입을 발표함에 따라 유럽 현지에서 원료부터 친환경적인 소재(바이오 소재)에 대한 고객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이에 2022년 세계 최초로 옥수수에서 추출한 원료를 가공해 만든 바이오 스판덱스인 '리젠 바이오베이스드 스판덱스'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리젠 바이오베이스드(bio-based) 스판덱스는 원료까지 옥수수 등 자연 친화적인 소재로 바꾼 스판덱스 제품을 말한다. 생산 과정에서도 화석 연료의 사용을 줄였고 이로 인해 탄소세 등 제조 비용까지 줄일 수 있어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LCA 측정 결과 리젠 바이오베이스드 스판덱스는 기존 스판덱스 대비 물 사용량은 39%, CO2 배출량은 23%를 줄일 수 있다. 이는 1년 동안 소나무 378그루가 CO2를 흡수하는 양만큼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

효성티앤씨 관계자는 "친환경 섬유의 3개 축은 ①재활용 플라스틱(리젠 폴리에스터) ②바이오 섬유(리젠 바이오베이스드 스판덱스) ③생분해 섬유를 들 수 있다"며 "특히 바이오 섬유는 친환경 기술의 최고 정점에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효성티앤씨는 생분해 섬유 등 차세대 친환경 섬유에 대해서도 지속적 연구 개발로 업계를 이끄는 리더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