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의 막말이 추가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양 후보를 감싸는 이재명 대표는 "국민의 판단에 맡기겠다"며 선거에 출전시킬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은 물론 당 내부에서도 너무 동떨어진 그의 인식과 행적이 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우려는 커지고 있다. 그의 이력을 훑었던 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를 향해 "후보 검증에 실패했다"는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1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양 후보는 과거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각종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이 대표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된 다음 날인 2022년 10월 23일에 "전당대회 이후 한동안 보이지 않던 민주당 내 바퀴벌레들이 잊을 만하니까 다시 튀어나오고"라고 게재했다. '바퀴벌레'를 직접 밝히지 않았으나,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을 가리킨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양 후보는 이 대표가 위기에 빠질수록 거친 발언을 더 쏟아냈다. 이 대표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하루 전인 지난해 9월 25일 그는 민주당 일부 의원을 향해 "개쓰레기는 그냥 치우면 되는 것인데, 나를 희생해서 치우려고 했던 것"이라고 힐난했다.
2년 전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원인을 문재인 전 대통령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이 대표 전당대회 불출마 촉구 여론이 당내에 불거졌던 2022년 6월 23일 양 후보는 "대선 패배의, 직선(지방선거의 오자로 추정) 패배의 원인은 문재인 정부의 이낙연 정세균 김부겸 총리의 무능"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우유부단함이 핵심 중 핵심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의 정면돌파 의지에도 불구하고 그를 둘러싼 내부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SBS라디오에서 "여러 공관위 외부위원이 (양 후보의) 도덕성 문제에 대해서 거의 최하점을 줬고, 경선 자격을 주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얘기한 사람도 많았다"며 "임혁백 공관위원장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양 후보는 지난달 공천 면접 때 "수박은 혐오 발언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한 공관위원과 언쟁을 벌인 사실도 알려졌다. 지난해 6월 그는 "수박 그 자체인 전해철과 싸우러 간다"고 말했다가 '당직 자격정지 3개월' 징계를 받았지만, 전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따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이 대표는 "양 후보 발언이 지나쳤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더 이상 책임을 물을 것인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을 끊었다. 선거에 출전시키겠다는 취지다.
당이 양 후보 공천을 취소한다면 전략공천 카드를 써야 한다. 당헌당규상 민주당이 정할 수 있는 전략선거구는 전국 50곳인데, 현재 49곳이 지정됐다. 아직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지역 중 양 후보가 공천을 받은 안산갑 이외 지역을 전략선거구로 지정하면 사실상, 양 후보 공천은 마침표를 찍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양 후보는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으나, 권양숙 여사 등은 만나지 않은 채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