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리 안 붙잡는 트럼프 ‘뺄셈 정치’에 바이든 맹추격… 미국 대선 점입가경

입력
2024.03.1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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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연 확장커녕 뒤끝… 펜스도 외면
지지율 격차 축소… 승부 원점으로
‘경제 회복’ 평가 늘어 현직에 유리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재대결 확정 후 경제 낙관론을 배경으로 추격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내 경선 탈락 주자의 지지층 포섭에 애를 먹으며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된 트럼프 우위론이 힘을 잃기 시작했다.

보수 통합 필요 없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이달 6일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떠난 뒤 지금껏 트럼프 전 대통령이 헤일리 전 대사와 일절 접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애초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크게 기운 레이스에 가장 오래 남아 당내 ‘반(反)트럼프’ 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한 인물이다. 11월 본선에 대비하려면 헤일리 전 대사 편에 섰던 온건 중도 보수층을 흡수하기 위해 그와 화해하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경선 과정에서 헤일리 전 대사 측에 여과 없이 적대감을 드러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직 유화 제스처를 취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도리어 자신을 지지하지 않으면 한때 유망했던 정치 경력이 허망하게 끝날 게 분명하다고 그를 위협하는 내용의 칼럼을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공유하기도 했다. 16일 오하이오주(州) 반달리아에서 열린 공화당 버니 모레노 상원의원 후보 지원 연설에선 일부 이주민에 대해 “사람이 아니다”라고 비하하고 “내가 지면 피바다가 될 것”이라는 등 중도층이 질색할 막말 공세를 퍼부었다.

공화당 내 전통 보수층도 그의 파격 노선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정권 이양을 도왔다는 이유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서 배신자로 낙인찍힌 뒤 갈라선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대표적이다. 그는 15일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가 4년간 다뤄 온 보수 의제와 트럼프가 추구하는 의제가 상충해 양심상 그를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몇 년간 불화했지만 결국 자신을 지지한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처럼, 굳이 자신이 손을 내밀지 않아도 승부가 임박하면 공화당이 결속하리라는 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대다. 그러나 측근들은 초조하다. 익명의 트럼프 고문은 폴리티코에 “이 사업(정치)에서는 덧셈이 핵심이다. 뺄셈은 우리 전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바싹 추격... '트럼프 우위' 깨지나

양당 후보가 내정된 지난 12일 이후 공개된 여론조사 지지율을 보면 지난해 10월부터 지속돼 온 트럼프 전 대통령 우위 구도가 깨지는 분위기다. 13일 결과가 발표된 USA투데이·서퍽대 조사에서 38%를 기록, 트럼프 전 대통령(40%)에게 2%포인트 차까지 따라붙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튿날 로이터통신·입소스 조사에서는 39% 지지율로 38%에 머문 라이벌을 근소하게나마 리드하기도 했다.

평균치 간극도 거의 사라졌다. 16일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601개 여론조사 지지율 평균을 내 봤더니 트럼프 전 대통령이 44.9%, 바이든 대통령이 43.7%로 1.2%포인트 차에 불과했다. 1월엔 45.5%, 43.0%로 2.5%포인트 차이였다. 이날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가 여론조사 평균값을 집계한 결과는 아예 45% 동률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 상승세의 핵심 요인은 경제 낙관론이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데이비드 팔레올로고스 서퍽대 정치연구센터장은 “유권자의 3분의 1이 미국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고 본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최고치”라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더 많은 유권자가 경제 회복을 (현직인) 바이든 대통령과 연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