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와 경기침체 우려가 이어지면서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기업결합 건수가 2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와중에도 SK는 20건이 넘는 M&A로 몸집을 크게 키웠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7일 발표한 '2023년 기업결합심사 동향 및 주요 특징'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결합심사 건수는 총 927건으로 전년 대비 9.7%(100건) 줄었다. 이 중 국내기업에 의한 기업결합은 739건, 외국기업에 의한 기업결합은 188건이었다.
심사 건수가 줄어든 반면 기업결합 금액 자체는 전년 대비 32.2%(105조 원) 증가한 431조 원으로 집계됐다. 마이크로소트프의 액티비전 블리자드(89조 원), 브로드컴의 브이엠웨어(78조 원), 뉴몬트의 뉴크레스트(49조 원) 인수 등 일부 대규모 국제 기업결합이 이뤄진 영향이다.
대기업으로 통칭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의한 기업결합은 231건으로 1년 전에 비해 12.1%(32건) 줄었다. 다만 금액은 29조8,000억 원으로 집계돼 같은 기간 56.8% 올랐는데, 국내기업에 의한 전체 기업결합에서 54.3%에 달하는 금액이다.
계열사 간 M&A를 포함해 SK가 26건으로 2022년(30건)에 이어 기업결합 신고 건수가 가장 많았다. 중흥건설(13건), 한화(9건) 등이 뒤를 이었다. 계열사 간 단순 구조개편을 제외해도 SK는 20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공격적인 M&A로 회사를 확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M&A 시장에서는 2차전지, 신용정보업 등 신산업 분야가 두드러졌다. 전기차 수요 증가로 시장이 성장하면서 롯데케미칼 등 2차전지 사업자들이 원재료의 안정적 공급, 비용 절감을 위한 수직계열화를 추진한 영향이다.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금융회사가 아닌 사업자들도 신규 진입할 수 있도록 규제가 풀리면서 통신 3사 등 5개 사업자가 합작회사로 개인신용평가 회사를 신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