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16개 의대 교수들의 높은 찬성률을 바탕으로 25일 이후 대학별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찬성률은 각 대학별로 상이했지만 가장 낮은 대학이 73%를 넘었으며 가장 높은 대학은 98%까지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재승 전국의과대학교수 비대위원장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HJ 비즈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열린 비대위 총회 결의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비대위 총회에는 강원대·건국대·건양대·계명대·경상국립대·단국대·대구가톨릭대·부산대·서울대·아주대·연세대·울산대·원광대·이화여대·인제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한양대 등 20개 의대가 참석했다.
방 비대위원장은 이날 "총회에서 대학별 비대위 진행 일정이 다른 것을 감안해 3월 25일부터 자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25일은 행정처분 사전 통지를 받은 전공의들이 의견 제출을 해야 하는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는 병원에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면허 정지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는데, 전공의들이 25일까지 의견을 제출하지 않으면 정부가 직권으로 면허를 정지할 수 있다.
비대위는 결의 배경을 두고 16개 대학의 '압도적' 찬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방 위원장은 "전국 20개 의대 및 병원의 비대위원장들이 참여해 각 대학의 진행 상황을 발표했고 그 중 16개의 대학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별로 비율에 차이는 있지만 가장 낮은 곳은 73.5%, 가장 높은 곳은 98%의 동의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4개 대학은 아직 의견을 수집하고 있다.
비대위는 현장에 남은 의료진들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호소했다. 방 위원장은 "사직이 완료되기 전까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각자 자리에서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교수들을 포함한 병원 의료진의 희생과 헌신으로 대학병원이 버티고 있지만 이들로만 버티는 건 한계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오래지 않아 대학병원이 무너지면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 의료시스템이 커다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방 위원장은 "학교와 병원을 떠난다는 결정을 발표하는 마음이 무겁고 참담하지만, 더 좋은 방향으로 의료 환경을 바꾸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며 "사태를 빨리 끝내는 것만이 무너져가는 필수의료를 살리고, 더 큰 피해를 막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합의와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필수·지역·공공의료를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논의를 제안하고 있으나 정부는 의사 증원 2,000명이라는 숫자에서, 의사협회는 원점 재논의라는 입장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