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선 첫날 푸틴 "우크라 선거 방해 대응" 으름장… 곳곳서 테러·방화도

입력
2024.03.16 10:33
'푸틴 5선 확실시' 러 대선 진행 중
서방, 연일 선거 조작 가능성 제기
러 곳곳 액체 테러 등 방해 행위도

러시아 대통령 선거 첫날인 15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향해 "대선을 방해하고 있다. 응징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직접 투표하는 모습을 공개하면서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대항마가 없는 이번 선거에서 이미 5선 당선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자신의 장기집권에 힘을 실어줄 투표율 끌어올리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푸틴, 집무실서 온라인 투표 모습 공개

이날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 관저의 집무실에서 컴퓨터로 온라인 투표를 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 온라인 투표가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투표 직후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며 여유로운 모습도 연출했다.

이날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이어지는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푸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되면 2030년까지 6년 더 러시아를 통치한다. 총 임기는 30년으로, 옛 소련 시절 이오시프 스탈린의 29년 독재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푸틴 대통령은 또 화상으로 진행한 국가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민간 마을을 포격하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라고 엄포를 놨다. 그는 "우크라이나 접경지 주민들을 위협해 투표를 무산시키기 위해 우크라이나 네오나치 정권은 파괴적인 범죄 무장 행동을 꾸미고 실행하려고 했다"며 "러시아 국민은 더욱 단결해 이에 대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2∼14일 접경지 벨고로드 등에서 벌어졌던 전투를 언급하면서, "적은 성공하지 못했고 모든 곳에서 후퇴하거나 사상자를 내고 도망쳤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의 관심사는 투표율과 득표율이다. 모스크바 시각 기준 이날 오후 8시 30분까지 전국 투표율은 33.45%로 집계됐다. 2018년 대선 때 그가 얻은 최고 득표율 76.7%를 깬다면 그야말로 '30년 왕좌'를 닦게 되는 셈이다. 선거 기간을 사흘로 연장하고, 서방의 '조작 가능성' 비판을 감수하면서 전자투표를 실시하는 것도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게다가 지난해 러시아가 불법 합병한 우크라이나 남동부 4개 지역(자포리자, 헤르손, 도네츠크, 루한스크)의 우크라이나 주민까지 선거에 동원하고 있다.


서방 "우크라 점령지 투표 인정 못 해"

서방은 일제히 '불공정 선거'라며 비판에 나섰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우리는 러시아의 야권 정치인들이 감옥에 있고, 어떤 이들은 죽임 당했으며, 많은 사람이 망명 중이고, 몇 사람은 후보 등록을 시도했지만 거부당한 것을 알고 있다"며 러시아 대선 자체가 불공정 선거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가 자국 내 점령지에서 진행하는 선거는 무효라며 "국제법 규범과 원칙을 노골적으로 무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우크라이나 지역에 대한 불법적인 병합 시도는 국제법상 효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피터 스타노 유럽연합(EU) 대변인 역시 우크라이나 점령지의 선거는 EU에서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러시아 투표소 곳곳에선 액체 테러, 화염병 투척 등 혼란이 벌어져 10명 이상이 체포되기도 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 전역에서 투표함에 녹색 액체를 쏟아부은 혐의로 총 7명이 구금됐다.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시베리아에서는 투표소에 화염병을 던진 여성들이 붙잡혔다. 엘라 팜필로바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투표함에 액체를 부은 사람은 최고 5년의 징역형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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