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 '말뚝 테러'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본의 극우 정치인이 또 다시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의 재판은 12년 째 헛바퀴를 돌고 있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춘근 부장판사는 일본인 스즈키 노부유키의 명예훼손 등 사건 재판에서 피고인 불출석을 이유로 공판을 다음달 19일로 미뤘다. 2012년 9월23일 첫 재판 후 연기된 재판만 25번째다.
스즈키는 2012년 6월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에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라고 적은 말뚝을 묶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2015년 5월엔 일본에서 마포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경기 광주시 일본군 위안부 쉼터 나눔의집에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소녀상 모형 등을 소포로 보낸 혐의도 있다.
그는 2012년 9월에는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에 있는 윤봉길 의사의 순국기념비 옆에 '다케시마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말뚝을 박았다. 이 만행으로 스즈키는 윤 의사의 조카에게 민사소송을 당해 1,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형사소송에 한 차례도 법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말뚝 테러 재판은 12년째 공전하고 있다.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로 진행하는 궐석재판은 소환장 송달이 불가능할 때만 가능하기 때문에, 관련 서류를 정상적으로 받고 있는 스즈키의 경우엔 해당이 안된다. 한국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도 일본에 체류 중인 스즈키에게는 아무런 효력을 미치지 못한다.
일본 정부 역시 비협조적이다. 2018년 법원 주문에 따라 법무부는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까지 밟았으나 일본은 비공식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중범죄 피의자가 아니면 자국민은 인도하지 않는 '자국민 불인도의 원칙'에 따라 앞으로도 일본 정부가 불응할 가능성이 커, 스즈키에 대한 강제 송환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