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각종 선거에서 전국 판세를 좌우했던 충청권은 이번 총선에서도 1당 여부를 결정 지을 격전지로 분류된다. 4년 전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28석 중 20석을 쓸어 담았지만 지난 대선에서 세종을 제외하고는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이재명 후보를 앞섰다. 충청권 표심이 정권심판론과 야당심판론 중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이번 총선의 주요 관전포인트다. 28곳의 선거구 중 10곳에서 리턴매치가 열릴 정도로 후보들의 지역기반이 탄탄한 점도 특징이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7석을 모두 싹쓸이했던 대전에서는 유성을에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에서 국힘으로 당적을 옮겨 6선에 도전하는 이상민 의원이 민주당 영입 인재인 한국천문연구원 출신의 황정아 후보와 맞붙는다. 경험과 조직은 이 의원이 앞서지만 역대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한 번도 당선되지 못한 선거구라는 점,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라는 점이 표심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사다.
현역 의원(박병석)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서구갑에서는 민주당 장종태 전 서구청장과 조수연 전 국민의힘 서구갑 당협위원장이 격돌한다. 동구에선 민주당 장철민(초선)과 국민의힘 윤창현(비례) 등 현역 의원 간 대결이 펼쳐지고, 서구을에선 민주당 박범계 의원과 국민의힘 양홍규 전 대전시 정무부시장이 지난 총선에 이어 리턴매치를 벌인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를 보였던 세종에서 민주당 독식 구조가 깨질 수 있을지 관심이다. 2012년 세종시 출범 후 치러진 세 차례 총선에서 민주당이 모두 승리했다. 세종갑에선 변호사 출신인 류제화(국민의힘), 이영선 (민주당) 후보가 맞붙는다. 민주당을 탈당한 새로운미래 김종민 공동대표가 세종에서 3선 도전에 나서는데 이영선 후보의 단일화 여부가 변수다.
충남 천안갑은 이번 총선의 손꼽히는 격전지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 불과 1,328표 차(1.4%포인트)로 희비가 갈렸던 신범철 국민의힘 후보와 문진석 민주당 의원이 재대결을 펼친다. 신 후보는 윤석열 정부 초대 국방부 차관으로 1년 5개월간 재직했고 문 후보는 대표적 친명계다.
공주ㆍ부여ㆍ청양에서는 5선의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을 상대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출신의 박수현 민주당 후보가 3번째 도전을 한다. 21대 총선에서는 2,624표(2.22%포인트) 차이로 승패가 갈렸다. 20대 총선보다 지난 총선에서 표차가 줄어든 만큼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접전이 예상된다. 충남 서산ㆍ태안도 성일종 의원과 조한기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3연속 맞대결을 펼친다. 보수색이 짙은 홍성ㆍ예산에선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강승규 국민의힘 후보와 충남지사를 지낸 양승조 민주당 후보가 대결한다.
충북 선거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다. 충북 '정치 1번지’인 청주 상당에선 ‘돈 봉수 수수’ 의혹으로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이 전격 취소되면서 충북도 행정부지사 출신의 서승우 후보와 민주당 상당지역위원장을 지낸 이강일 후보가 맞붙는다. 이 후보는 3선 국회의원이자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친문 핵심 노영민 전 의원을 꺾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증평ㆍ진천ㆍ음성은 경대수 국민의힘 전 의원과 임호선 민주당 의원이 리턴매치를 펼친다. 경 후보는 검사장, 임 의원은 경찰청 차장 출신으로, 검ㆍ경 맞대결로도 관심을 끈다. 양 후보 모두 인구 밀집지역인 충북혁신도시의 표심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진천군과 음성군에 걸쳐 있는 혁신도시는 최근 8년 사이 인구가 4배 가까이 급증했고 젊은 층이 많아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민주당 공천 잡음과 양당 후보들의 막말, 한동훈 국민의힘 위원장에 대한 피로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접전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