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70)가 선거 완주 의지를 다지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가문의 후광을 등에 업은 그의 완주는 어느 쪽에 득이 될까.
케네디 주니어 캠프는 오는 26일 캘리포니아주(州) 오클랜드에서 러닝메이트로 뛸 부통령 지명자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미국 CNN방송·뉴욕타임스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23개 주에서는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부통령 지명자를 요구한다. 케네디 주니어는 50개 주 전체와 워싱턴DC의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거듭 다진 바 있다.
지난해 10월 민주당을 탈당한 그는 1992년 대선에서 20%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한 로스 페로 이후 32년 만에 등장한 가장 위력적인 '제3 후보'다. '바이든 대 트럼프'의 초박빙 대결이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흐르자 마음 줄 곳 없는 표심의 향방이 대선 승패의 변수가 됐기 때문이다.
그의 정치적 잠재력은 상당하다. 재임 중 암살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그의 큰아버지다. 그의 아버지인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은 1968년 유력 대선주자로 유세 도중 피살된 비운의 주인공이다. 케네디는 여전히 미국 대중에게 소구하는 이름이다. 그를 지지하는 슈퍼팩(정치자금 기부단체) '아메리칸 밸류 2024'가 그의 무소속 출마 선언 6시간 만에 1,128만 달러(약 148억 원)를 단숨에 모금할 수 있었던 이유다.
미국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려면 대규모 유권자 서명을 받아야 하는 탓에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는 것부터 쉽지 않다. 그러나 케네디 주니어는 뉴햄프셔·네바다·애리조나·조지아·미시간·사우스캐롤라이나·하와이주에서 충분한 서명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타주에서는 이미 투표용지에 이름이 등록됐다. 아메리칸 밸류 2024는 일부 주에서 투표용지 등록을 위한 서명을 모으는 데만 1,500만 달러(약 198억 원)를 쓸 예정이라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0% 안팎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특히 지난주 미국 폭스뉴스 여론조사 결과에선 전국적으로 1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고 WP는 전했다. 이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1%, 바이든 대통령은 38% 지지를 받았다. 예상보다 높은 지지율에 민주당 지지자, 특히 흑인 유권자 등 핵심지지층은 매우 놀랐다고 WP는 전했다. 민주당 계열 명문가 출신인 케네디 주니어가 바이든 대통령의 표를 잠식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그가 백신 접종 반대 운동과 코로나 음모론을 퍼뜨리는 데 앞장섰던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강성 지지층인 백신 회의론자들을 끌어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우려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고 WP는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