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클럽은 사모펀드가 아니라 회원의 것이다.'
지난달 25일,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의 경기가 금융 중심지 프랑크푸르트 시 교외에서 열렸다. 이곳을 홈으로 삼는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Eintracht Frankfurt)팀이 원정 온 볼프스부르크 팀과 경기를 벌였다. 그런데 이날 시합은 팬들이 글 첫머리 내용의 플래카드를 든 채 고성을 지르고, 테니스공과 장난감 등을 경기장에 던지며 거센 항의를 지속하는 바람에 예정보다 30분 늦게 시작됐다.
축구 팬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독일축구협회가 사모펀드의 투자 수용을 검토했기 때문이다. 협회는 올 초에 사모펀드 CVC로부터 10억 유로, 약 1조4,000억 원 정도의 투자 유치를 검토했다. 이 돈으로 협회는 분데스리가의 디지털화와 마케팅을 강화하려 했다. CVC는 투자 대가로 20년간 방송 중계권 수익의 8%를 얻는 내용이다. 이 투자 계획이 최종 단계에 접어든 사실이 지난달 21일 알려지자 독일 각지의 축구 팬들이 들불같이 일어나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8일 분데스리가 2부에서도 관중들이 거세게 항의해 경기가 늦게 시작됐다.
원래 독일축구협회는 작년 5월 블랙스톤 등 3개 사모펀드 운용사로부터 20억 유로 투자 유치를 시도했다. 사모펀드는 투자를 대가로 20년간 방송중계권의 12.5% 수익을 요구했다. 그러나 투자 유치안은 분데스리가 1부와 2부에 속한 36개 팀의 3분의 2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이후 협회는 올 들어 절반의 투자 유치를 시도했으나 이 역시 팬들과 일부 클럽의 반발로 실패했다.
협회 입장에서는 투자 유치가 절실하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사우디와 러시아 등 굴지의 자본이 클럽을 인수해 우수한 선수를 영입, 수익을 올려 왔다. CVC는 스페인의 라리가, 프랑스의 리그앙과도 유사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반면에 독일의 축구 클럽은 공동체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지역사회의 주민들이 투자해 운영해 왔다. 축구 클럽은 지역 정체성의 하나이며, 회원을 위한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팬들은 인식한다. 그런데 수익을 우선하는 외국 사모펀드가 투자한다면 이런 정체성이 사라질 것을 우려한다. 독일의 축구 팬들은 사모펀드 투자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따라잡기가 아니라 클럽을 팔아버리는 정책으로 인식한다. 프로축구에서도 외국인 투자 유치를 찬성하는 세계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 간의 갈등이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