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종합병원 키우고 '의료 지도' 구축..."의대 정원은 협상 없다"

입력
2024.03.14 12:10
[중대본 정례 브리핑]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 구축 속도전
일본의 '지역의료발전기금' 신설도 검토
"정원을 특정 직역과 협상한 사례 없어"

정부가 지역 내 의료기관의 허리 역할을 하는 종합병원을 집중 육성하고, '의료 지도'를 만들어 의료 정책의 기본틀로 활용하기로 했다. 의과대학 증원을 놓고 벌어진 의정(醫政) 갈등 속에 지역 필수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후속 조치다. 각계에서 의정 간 타협과 협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정원 문제를 두고 특정 직역과 협상하는 사례는 없다"고 일축했다.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중진료권 단위별로 3, 4개의 지역 종합병원을 육성해 골든타임을 요하는 응급, 심장·뇌, 외상 등 중증 응급 환자에 대한 치료 역량을 높이고 소아, 분만 등 특화된 기능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상급종합병원에 집중된 의료 역량을 2차 의료기관인 종합병원으로 분산해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지역 및 병원계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연내에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역 거점병원과 종합병원 간 환자 의뢰·회송 등 진료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도록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도 올해 하반기에 실시한다. 해당 사업에는 권역별로 3년간 최대 500억 원을 지원한다.

중대본은 또 지역의 의료 이용과 공급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의료 지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의료 지도는 인구, 소득, 고령화에 직결된 의료 수요와 의료진 확보 가능성 등 의료 공급을 종합적으로 지표화해 서울과 지역의 균형적인 의료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기본틀이다. 박 차관은 "관련 연구를 4월부터 진행해 하반기에는 정책에 적용할 계획"이라며 "의료 지도는 여건 변화를 반영해 주기적으로 개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운용 중인 '지역의료발전기금' 신설도 검토되고 있다. 2014년부터 일본은 소비세 증가분을 주요 재원으로 1조6,000억 원을 확보해 지역 의료 인력 확충 등에 사용하고 있다. 박 차관은 "이런 사례를 참고해 도입 방안을 마련하고 재정 당국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대본은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정책에는 어떠한 흔들림도 없다고 거듭 밝혔다. 박 차관은 "정부가 정원 문제를 두고 특정 직역과 협상하는 사례는 없다"며 "변호사도, 회계사도, 약사도, 간호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협상하지 않으면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식의 제안에는 더더욱 응할 수 없다"면서 "의료 개혁은 정부가 최종 책임을 지고 결정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전공의에 이어 집단행동에 임박한 의대 교수들을 향해서는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제자를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없다"면서 "이번에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 과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의료 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