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귀꽃에서 찾은 작은 희망

입력
2024.03.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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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단단히 얼었던 땅에 푸른 싹들이 돋아났다.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던 산수유나무에도 노란 꽃망울이 귀여운 얼굴을 내밀며 봄이 성큼 다가왔다. 산에 오르면 복수초를 비롯해 보라색 노루귀까지 고운 야생화들을 만날 수 있다. 귀한 야생화들을 서울에서도 볼 수 있다는 말에 강동구 길동생태공원을 찾았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조성된 길동 생태공원엔 도심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동식물들이 생활하고 있다. 그래서 봄이 시작되는 이맘때면 다양한 야생화를 볼 수 있다. 아담한 공원이지만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작은 노루귀꽃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이리저리 몇 번을 헤매다 숲해설가의 도움으로 노루귀꽃을 만났다. 첫 느낌은 ‘저토록 가냘픈 꽃이 지난겨울 매서운 추위를 어떻게 견뎠을까’ 하는 측은함이었다. 그것도 잠시. 환상적인 빛깔에 취해 ‘꽁꽁 얼어붙은 땅을 어떻게 밀고 나왔을까’ 하는 경이로움이 찾아왔다.

노루귀꽃은 잎을 먼저 피우는 다른 식물들과 달리 꽃을 먼저 피우기 때문에 더 왜소해 보인다. 비록 가냘픈 몸이지만,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얼어붙은 땅을 밀고 나오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다. 그래서일까. 꽃말이 ‘인내’다. 얼어붙은 땅 밑에서 추위를 이겨내고 봄을 맞아 화려한 꽃을 피우는 노루귀꽃처럼 우리도 힘겨운 삶을 견디며 작은 희망을 싹 틔워 보는 것은 어떨까.





왕태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