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에 바닷길 구호품 수송을 추진 중인 미국이 동맹국들과 민간단체의 동참을 요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떠 있는 항구' 등 해상 조달 체계를 갖추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를 통해 구호 공백을 메우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해상 수송은 가장 신속하고 비용도 적은 육로 수송이 이스라엘에 의해 막힌 상황에서 나온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일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는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국 관리 등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미 정부가 민간을 통한 가자지구 해상 구호품 수송을 위해 동맹국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 정부는 이를 통해 국제 구호재단 등 민간단체가 하루에 트럭 200대 분량의 구호품을 가자지구에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여기에 필요한 매달 3,000만 달러(약 400억 원) 비용을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의 지원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소식통들은 로이터에 이 방안대로라면 당장 한 달 정도 뒤에 구호활동을 개시할 수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현재 가자지구에 해상 부유식 임시 항구와 약 549m 길이의 2차선 둑길 건설 준비에 착수했는데, 여기에는 60일가량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민간단체가 구호 공백을 메워주는 사이 미군이 항구를 완성하면 하루 200만 끼 식량, 물, 의약품 등 트럭 수백 대 분량의 본격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 같은 구상은 이날 키프로스 라르나카 항구를 떠나 가자지구로 향한 첫 번째 국제 구호선 '오픈 암스'호에서 비롯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오픈 암스호엔 쌀과 밀가루, 콩, 고기 등 식량과 의약품 등 200톤 분량이 실려 있다. 비용은 주로 아랍에미리트(UAE)가 부담하고 국제 구호단체 월드 센트럴 키친(WCK) 등도 참여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빠르게 대량 수송이 가능한 육로 지원이 이스라엘에 의해 차단돼 있는 상황에서 마련한 궁여지책이라는 한계가 있다. 해상 조달로 구호품을 육지에 내려놓은 다음 유통·배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제어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미국이 지난 2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공중 투하 방식은 여전히 '고비용 저효율'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가장 규모가 컸던 공중 투하조차도 트럭 한 대가 이집트에서 육로로 가자지구에 실어 나르는 운반량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유엔은 가자지구 인구 230만 명 가운데 4분의 1이 지난 5개월간의 전쟁으로 아사 위기에 처한 것으로 본다. 당장 식수와 의료품 공급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유엔 인도주의·재건 조정관인 시그리드 카그는 성명에서 "대규모 구호품 전달에 있어, 이스라엘에서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수많은 육로를 대체할 만한 의미 있는 대안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