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축경, 우스꽝스럽다"… 中 누리꾼, 영화 '파묘' 조롱

입력
2024.03.13 16:06
귀신 퇴치하기 위해 축경 문신
"주술 행위 뭐가 문제냐" 설전 
서경덕 "중국 열등감 날로 커져"

국내 누적 관객수 8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파묘'에서 등장인물들이 얼굴과 몸에 한자를 그린 장면을 두고 중국 누리꾼들이 비판을 제기하면서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는 영화 '파묘' 속 등장인물들이 축경(竺經)을 새긴 것을 비판하는 글이 공유되고 있다. 영화에서 배우 이도현이 연기한 무당 봉길은 귀신이나 악귀를 퇴치하는 축경을 몸에 문신으로 새긴 채 등장했다. 무당 화림(김고은), 풍수사 상덕(최민식), 장의사 영근(유해진) 등도 악귀를 물리치기 위해 얼굴에 축경을 새기는 장면이 나온다.

해당 설정에 한 중국 누리꾼은 SNS에 "중국에서 얼굴에 글을 쓰거나 새기는 행위는 매우 모욕적이고 굴욕적인 행위"라며 "한국인들이 얼굴에 모르는 한자를 쓴다는 게 참 우스꽝스럽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멋있는 말이 중국어로 번역되면 우스꽝스러워진다"고도 했다. 해당 게시글은 조회수 627만 회를 기록하며 회자됐다.

이에 국내 영화 관람객들은 댓글을 통해 "저건 단순히 한자로 보기보다는 주술 행위로 봐야 한다", "극중 인물들이 자신의 몸을 지키려고 쓴 건데 뭐가 문제냐", "영화 설정에 대해 과도한 간섭" 등 반박에 나섰다. 영화 각본·연출을 맡은 장재현 감독은 앞서 일간스포츠를 통해 "(봉길의 문신은) 태을보신경으로 잡귀신으로부터 몸을 보호해달라는 경"이라며 "영화 '사바하' 때 야구선수를 하다가 신병이 와서 무당이 된 분을 만났는데 그분이 몸에 그렇게 문신을 새겼다"고 밝혔다.

그러자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인들은 한자가 중국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마치 주한미군이 한국의 주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한국 영화는 한국인만 보는 거냐" 등 날 선 반응을 이어갔다.

양국 간 논란이 불거지자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최근 몇 년간 한국의 드라마 및 영화가 세계인들에게 큰 주목을 받다보니 중국 누리꾼들의 열등감은 날로 커져가는 모양새"라며 "물론 건전한 비판은 좋지만 한 가지 충고를 하고 싶은 건 이제부터라도 K 콘텐츠를 몰래 훔쳐보지나 말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K 콘텐츠에 대해 왈가불가만 할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한 존중을 먼저 배우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파묘'는 거액을 받고 수상한 묘를 옮기게 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그린 오컬트 영화다. 전 세계 133개국에 판매를 확정한 '파묘'는 지난달 몽골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대만 등 해외 극장에 걸렸으며 이달 중순부터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등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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