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죽놀이 12세 어린이 사살, 의료진 학대… 이스라엘 끝없는 잔혹 행위

입력
2024.03.13 16:00
라마단 시작 하루 만에 팔 주민 3명 총격 사망
폭죽놀이 하던 소년 숨져... 이 "폭력 소요 대응"
"가자 남부 병원선 의료진 구금·구타 등 학대"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동예루살렘에서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 시작 하루 만에 12세 어린이 등 팔레스타인인 3명이 이스라엘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또 이스라엘방위군(IDF)이 가자지구 대형 병원의 팔레스타인 의료진을 상대로 가혹 행위를 일삼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스라엘 군경의 잔혹성이 끝없이 드러나고 있다.

어린이 숨졌는데... 이 장관 "테러범 죽였다"

1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 경찰청은 이날 서안지구 분리 장벽과 맞닿은 동예루살렘 슈아파트 난민 캠프에서 주민과 국경 경찰 간 충돌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12세 소년이 총에 맞았다고 밝혔다. ‘라미 함단 알 할룰리’라는 이름의 이 소년은 체포된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화염병과 폭죽이 경찰을 겨냥해 발사되는 등 폭력적 소요가 있었고, 대응 차원에서 위험을 초래한 용의자 쪽으로 총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우 성향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테러리스트를 죽인 군인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썼다. 어린이 목숨을 앗아간 발포 행위까지 옹호한 것이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해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CNN은 “당시 영상을 보면 총소리가 들리기 전 라미는 놀이용 폭죽을 들고 있었다. 손에서 불꽃이 쏘아 올려지는 순간, 라미는 쓰러졌다”고 전했다. 무슬림들의 전통인 라마단 기념 폭죽놀이였는데, 경찰이 과잉 대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와 별개로,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날 “IDF가 예루살렘 북부 외곽 검문소에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총을 쏴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며 “사망자는 23세와 16세 남성”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의료진 옷 벗기고, 무릎 꿇리고, 반복적 구타"

이스라엘군의 비인도적 행태는 전쟁이 벌어지는 가자지구에서도 멈추지 않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지난달 중순 IDF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잠입을 의심하고 진입한 가자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병원에서 팔레스타인 의료진의 옷을 벗기고 무릎을 꿇리거나 반복적 구타를 가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BBC에 털어놓은 병원 관계자들 증언은 충격적이다. 의사 아메드 아부 사바는 일주일 넘게 구금됐고, IDF 군인에게 수차례 맞아 손이 부러졌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2명도 ‘구타와 찬물 세례를 당하거나, 몇 시간 동안 무릎을 꿇고 있었다’고 전했다. 방송이 공개한 지난달 16일 촬영 영상에는 속옷 하의만 입은 남성들이 응급병동 앞에서 손을 머리 뒤로 올린 채 줄지어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병원 관리인은 “치욕스러운 자세로 2시간가량 방치됐다”고 말했다.

인도법(humanitarian law) 전문가들은 “명백히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대우”라고 비판했다. 로런스 힐-코손 영국 브리스틀대 국제법센터 공동소장은 “무력 충돌에 적용되는 법의 근본 취지에 매우 어긋난다”며 “적국 국민을 대한다는 사실이 의료진 보호를 약화시켜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IDF는 BBC의 질의에 즉답을 피했다. 영국 외무부는 철저한 조사와 투명한 설명을 촉구했다.

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