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내놓은 '10대 공약'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에 대한 정책이 실종됐다. 거대 양당이 세대별, 지역별 고정 지지층 표심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선심성 공약에만 매몰되면서 정작 챙겨야 할 계층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할 총선 10대 공약을 발표를 마쳤다. 그간 경로당 점심제공과 철도 지하화, 저출생 공약, 간병비 급여화 등 유사한 공약들을 내세웠던 여야는 중점을 둔 공약 10개를 선별해 내놓았다.
이날 공약을 발표한 민주당은 △소득·주거 등 전 생애 기본적인 삶 보장을 시작으로 △저출생 문제 해결 △기후위기 대처·재생에너지 전환 △혁신성장과 균형발전 △의료, 보건 교육 강화 △예방 가능한 안전사고 대책 마련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전쟁위기 해소와 남북 관계 완화 △대화와 타협의 정치 회복 △정치개혁과 헌법 개정을 10대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날 국민의힘은 △일가족 모두 행복 △촘촘한 돌봄·양육 △서민·소상공인·전통시장 새로 희망 △중소기업·스타트업 활력 제고 △시민 안전 대한민국 △건강하고 활력적인 지역 발전 △교통·주거 격차 해소 △청년 행복 △어르신 내일 지원 △기후위기 대응 녹색생활을 총선 공약으로 꼽았다.
양당 모두 10대 공약에선 21대 총선에서 강조됐던 여성 안전 강화는 물론, 장애인과 다문화 가정 등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한 공약이 공통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4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은 청년과 여성,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는 공약을 중점적으로 내세웠고,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도 여성 안전 강화는 물론 '왼손잡이 권익 향상' 등 소수자 권익향상에 신경 썼다.
이번 총선의 10대 공약은 전반적으로 ‘퍼 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체성도 떨어진다. 극단적 팬덤 정치에 매몰되면서 고정 지지층의 입맛에만 맞춘 정책을 대부분 포진시켰다. 이에 대해 목진휴 국민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양쪽 진영으로 나뉜 상태에서, 집토끼(고정 지지층)를 다독거리기 위한 정책 수립”이라고 꼬집었다.
제3지대 정당 공약이 더 선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무당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개혁신당은 청년, 새로운미래는 장년층 이상을 공략한 '핀셋' 공약으로 유권자들의 시선을 잡았다. 창당 초기부터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로 공약 차별화에 불을 지핀 개혁신당은 수포자(수학포기자) 방지법, 군필 여성만 경찰과 소방관으로 채용하는 내용의 ‘여성 징병제’ 도입 등 논쟁적 정책들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새로운미래는 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주치의 도입’ 등 세심한 정책으로 승부했다.
한국정책학회장을 맡고 있는 윤지웅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유권자들이 과거 공약에 대한 피드백을 제대로 주는 상황이 돼야 정당들의 태도도 바뀔 수 있다"며 "어떤 공약을 내놓더라도 ‘우리 정당은 찍어줄 것’이란 믿음 탓에 갈수록 정책 선거 의미가 퇴색돼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 정당들의 총선 10대 공약은 14일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