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광우병 날 끌어내리려는 것… 다음 대통령 내려"

입력
2024.03.12 17:31
"대선 압승해 큰 흔들림 없어"
"주한미군방위비 5년간 유지"
"UAE 원전 수출, 세일즈맨처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인 2008년 광우병 사태에 대해 "광우병이 문제가 아니고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에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 전 대통령은 12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열린 전문건설공제조합의 '건설경영 최고경영자 과정' 강연에서 "소고기 광우병 (시위)할 때 위원장을 하던 운동권자가 전향했다면서 어디 강연에 가서 그렇게 이야기하더라"라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내가 원체 압도적으로 (대선에서) 당선돼 큰 흔들림은 없었는데, 결국 목적은 나를 흔들려던 것"이라면서 "나는 못 건드리고 그다음 대통령(박근혜 전 대통령)을 끌어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도) 4대강을 하면서 또 여러 가지로 고통받았다"고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광우병 사태 당시 진행된 8차 주한미군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과 관련한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그때 '미국 소고기를 수입하면 다 죽는다’고 난리 칠 때였는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임기가 다 됐는데 한 가지 선물을 줄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미 양국은 매년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을 해왔는데, 당시 부시 대통령이 '향후 5년간 협상 없이 현상 유지하는 것으로 서명하고 떠나겠다' 밝혔다고 이 전 대통령은 회고했다. 이 전 대통령은 "내가 ‘당신이 그렇게 하고 떠나면 다음 대통령 때 안 되지 않느냐'고 하니까, '미국은 한국하고 달라서 전임이 그렇게 하면 그대로 지킨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본인의 '세일즈 외교'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한국만 타격이 덜하자 정상외교 무대에서 각국 정상들이 서로 자신의 옆에 다가오려 했다며 "혼밥·혼식할 기회가 없었다"고 자화자찬했다. 또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과 관련해선 이미 프랑스의 수주가 내정됐지만, UAE 국왕에게 여러 차례 전화하고 방문하는 등 공을 들인 끝에 '첫 원전 수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이 과정이 "요즘 같은 국빈 초대 이런 게 아니고, 세일즈맨이 가듯이 굴욕적으로 갔다"고 떠올렸다. UAE 원전 수출과 함께 서울시장 재직 시 추진한 청계천 복원, 버스전용차로제 도입 등을 언급하며 "뼛속까지 차 있는 기업가 정신으로 거둔 결과"라고도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는 이은재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과 전문건설업체 최고경영자, 종합건설사 임원, 건설유관기관 금융기관 임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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